'청소년, 강을 노래하다'

[대운하] 청소년 도보순례 '강강수월래단' 대구문화제

평화뉴스 남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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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강강수월래단에 참여한 이유는 단순하다. 무료함과 지루함을 쉽게 느끼기 때문에 언제 지칠지 궁금하기도 했고, 끈기가 필요하기도 했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시작한 첫 날은 자전거로 38km를 갔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걸어가는 길에 바람 냄새, 풀 냄새, 비 냄새를 맡으며 가는 것을 참 좋아했다. '자연'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해주고 달래어 준다.

강을 따라 걸으면서 놀란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산과 강, 모래와 자갈... 아무 생각없이 강을 보고 있노라면 '아름답다'라는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해가 지고 자갈에 앉아 강을 바라보면 달빛이 비춰지는 데 그것만큼 로맨틱한 것이 없다.

사실 강강수월래단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운하'가 뭔지 몰랐다. 몇 차례 강의를 듣고서야 운하에 대해 알게 됐다. 알면 알수록 운하 건설은 미친 짓이었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훨씬 많은 우리에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는 것도 속상했다. 운하가 건설되면 내가 보았던 아름다운 자연을 더이상 보지 못한다는 것은 치명타다. 나는 나를 위해, 그리고 이 아름다운 강을 보지 못한 이들을 위해서라도 꼭 강을 지켜야 한다"

'청소년 강강수월래단'에 참가하고 있는 이윤선(16)양은 이 일기를 읽은 뒤 활짝 웃었다. 이양이 참여하고 있는 강강수월래단은 전국 청소년들이 경부운하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공부해 보겠다며 경부운하 예정지 구간 도보 여행에 나서고 있는 청소년 모임이다. 기획에서부터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으며 지난 4월 14일 공식 출범했다.

지난 3월 4일 대안학교인 제천간디학교에서 첫 기획회의를 가졌고, 회의를 마친 뒤 이 학교 양희창 교장의 제안으로 이름을 '강강수월래'로 하게 됐다. '강을 원래대로 돌려 달라'는 뜻이다.

강강수월래단에 참여하고 있는 청소년들은 한강 하류 강서습지 생태공원을 출발, 낙동강 을숙도에 이르는 경부운하 예정구간 500km 가량을 걸으며 이동하는 운하 예정지 도보 체험 행사 '청소년, 강을 노래하다'에 참여하고 있다.

'청소년, 강을 노래하다' 도보 행사는 간디교육연구소와 대안교육연대, 생태지평연구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환경운동연합이 함께 열고 있으며, 강강수월래단이 주관하고 있다.

강강수월래단은 지난 달 14일 한강 하류를 출발해 팔당, 여주, 문경, 충주, 상주, 구미 등을 거치면서 각 지역의 생태.환경을 공부하고 경부운하에 대한 토론, 자연 다큐멘터리 제작, 어류생태 조사, 강연 청취를 비롯한 활동을 이어왔다. 전 구간을 걷는 청소년 23명과 지원단 10명을 포함해 모두 33명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일정 구간만을 걷는 참가자까지 합하면 하류 평균 50여명이 도보 여행에 나서고 있다.

강강수월래단은 남은 기간에도 부분적으로 여행에 참여할 지원자들을 받고 있다. 앞으로 일주일 동안은 강화도의 대안학교인 '마리학교' 학생 21명이 합류, 이들과 함께 강을 노래할 예정이다. 이들은 오는 31일 부산 을숙도를 마지막으로 47박 48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 짓는다.

애당초 이들의 여행은 경부운하에 대한 찬반 입장을 정해놓고 시작한 것이 아니다. 이들을 이끌고 있는 문창식(전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 강강수월래 지원단장은 "청소년들은 운하를 찬성하거나 반대한다는 입장을 미리 정하지 않았다"면서 "그들 스스로 강을 느끼고, 몰랐던 것을 학습하고 체험한 뒤 자기의 관점에서 운하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이 여행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여행이 눈길을 끄는 것은 '자발성'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도보 행사는 많이 있었지만, 청소년들이 우리 사회의 문제를 알기 위해 그들 스스로 계획하고, 운영하는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최근 광우병 반대 촛물 문화제와 더불어 청소년들의 의견을 사회에 말할 수 있는 학습 기회인 셈이다.

강강수월래단이 대구 구간을 지나는 15일 오후 7시, 대구시 중구 2.28기념공원에서 청소년 문화제가 열렸다. 운하백지화국민행동 대구본부가 이들의 대구 도착을 환영하기 위해 마련한 [청소년 강강수월래단 대구문화제 '청소년, 강을 노래하다'] 행사다. 운하백지화국민행동 대구본부에는 대구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27개 지역 시민.환경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지역 청소년과 시민 등 200여명이 참가했다. 문화제는 그동안 진행된 강강수월래단의 활동영상 상연과 대구 청소년 힙합팀 '리넷실 디'의 랩 공연, 김윤곤 한국작가회의 대구지부 부지회장의 시 낭송을 비롯한 다채로운 문화공연으로 진행됐다. 부대행사로는 강강수월래단의 편지.시.그림 전시와 운하 바로보기 홍보판 전시전이 마련됐다.

특히 시노래 운동 '나팔꽃'의 동인이자 인권실천 시민연대 운영위원인 가수 이지상씨의 공연이 열려 2.28공연은 하는 작은 음악회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다.

강강수월래단 청소년 대표인 '디딤돌'을 맡고 있는 이슬비(16)양은 "매일 매일 직접 강을 따라 걸으면서 누군가 알려주지 않아도 강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이 아름다운 강을 잘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억에 남는 거요? 너무 많아 말 하기도 힘들어요. 텐트에서 자는 데 텐트가 날아가 황당했던 적도 있고...(웃음) 있는 그대로의 강을 본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에피소드를 묻자 남자 ‘디딤돌’인 백동훈(16)군이 말했다. 백군은 "도보 체험을 하면서 '강은 있는 그대로가 가장 아름답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운하는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청소년들 표현을 빌리면 '강을 걷다 보니 어느새 내가 강물이 돼 함께 흐르고 있더라'고 하더군요. 이들에게 운하는 당연히 건설되어서는 안되는 것이지 찬반 자체를 논하는 것은 이미 의미가 없습니다"
32일째(15일 현재) 강강수월래단을 이끌고 있는 문창식(전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 강강수월래 단장의 말이다. 그는 "하지만 아이들이 가장 안타까워하는 것은 미래세대인 자신들이 운하와 관련해 결정권이 없다는 사실을 가장 안타까워 한다"고 덧붙였다.

"그대 처음 만난 날 비개인 오후였지
활짝 개인 하늘 무지개가 그대 눈동자에 비췄어
세상이 외롭다며 늘어진 어깰 기대는
그녀의 낮은 한숨을 위로하고 싶었지만
사랑도 지나치면 사랑이 아닌 것을
그대 향한 그리움이 집착인줄 모르고
이별이 지나도록 이별인줄 몰랐던
바보 같은 내 사랑을 후회하고 있어
그대 내맘 같다면 그 눈빛을 보여줘
내 마음 곱게 색칠한 무지개를 보여줘"


이날 문화제는 청소년들과 가수 이지상씨가 옹기종기 모여 앉아 노래 '무지개'를 함께 부르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이지상씨는 "자연을 따라가는 우리 청소년들의 아름다운 마음은 어린 시절 무지개를 좇는 마음과 같다"고 전했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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