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절한 생존투쟁 나선 國樂

‘21세기 한국음악프로젝트’의 의미

이동권 기자 / suchechon@voiceofpeopl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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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대학에서 국악 관련 학과를 졸업하는 학생은 약400명. 이중에서 전공을 살려 취업하는 학생은 10명 남짓. 이것이 바로 우리 국악의 현실이다. 지역 축제나 음악 단체가 많아졌다지만 학생들은 대부분 대학 졸업장을 가지고 다른 업계에 진출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하지만 요즘은 끼리끼리 팀을 만들어 음악 활동을 이어가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보다 어떻게 삶을 풍요롭게 채울 것인지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아진 까닭이다. 또 젊은 작곡가와 창작국악을 지원하는 시스템들이 하나둘 도입되면서 실력과 열정만 있다면 ‘미래가 밝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21세기 한국음악프로젝트


국악의 몰락 주도한 음악 사대주의
서양음악이 한국 대중음악으로 자리를 잡고, 고착화되면서 국악의 가치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국악이 전통성만을 고집하다 스스로 도태된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고, 시대를 앞서가는 국악 창작의 토대를 닦는데 게을리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국악의 미래를 걱정하는 음악인들은 ‘격한’ 비판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전통적 양식을 지키면서, 동시에 새로운 국악을 토대를 마련하지 못한 선배 음악인들과 정부의 뒷짐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에 토를 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것이 보통 정서다.
사회적인 분위기도 한몫했다. 뿌리 깊은 역사적 사대주의가 음악에서도 병폐가 됐다. 국악을 표면적으로만 계승하면서 가치하락을 자초했고, 양악을 자주적으로 수용하지 못해 ‘국악 천시’라는 풍조를 낳았다. 때문에 젊은 국악인들 중에는 ‘퓨전’이라는 이름으로 서양악기를 무분별하게 사용해 국악의 정체성을 저해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젊은 소리꾼 김용우씨가 “여러 가지 악기를 섞는다고 해서 퓨전이 되는 것이 아니라 서양악기를 쓰더라도 어떻게 국악에 접목시키느냐가 중요하다”며 안타까워했던 것도 바로 그런 연유다. 체계적인 국악공부가 덜 돼 음악적으로 깊이가 얕다는 지적이다.
K대학에서 가야금을 전공한 김아무개(34)씨는 국악인의 길을 포기하고 일찌감치 유흥업에 뛰어 들었다. 김씨는 동료 국악인들보다 뛰어난 재주도 없고, 가끔 하는 연주활동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또 피아노나 바이올린처럼 배우려는 학생들도 없어 학원 강사자리를 찾는 것도 무척 어려웠다.
하지만 그의 불만은 바늘구멍보다 작은 취업 자리에 있지 않았다. 한국인의 정신적인 지주라고 할 수 있는 민족음악이 양악에 밀려 천대받아야 하는 현실이 가슴 아팠다. 그는 “아프리카에서는 성당에서 찬송가를 부를 때도 자기 나라 전통악기로 연주한다”면서 “한국에는 더 좋은 악기가 있는데도 활용하지 않는 것은 한국인들에게 음악적 사대주의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S고등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남아무개(37)교사는 음악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족적 음감을 가르치는 음악교육이 선행돼야 국악을 살릴 수 있다”면서 “양악 위주의 교육에서 탈피해 전통음악에 대한 교육과정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수준 높은 국악창작곡 탄생, 아직 멀었다
‘국악의 몰락’이라는 위기의식에서 ‘21세기 한국음악프로젝트’가 돛을 올렸다. 올해 2회째를 맞는 이 프로젝트는 참신한 국악창작곡 개발을 지원해 우리 전통음악이 나아갈 길을 새롭게 모색해보자는 의도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결연한 ‘국악의 생존투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역량 있는 젊은 국악인을 발굴하지 못하면 국악이 ‘문화재’ 취급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때문에 ‘21세기 한국음악프로젝트’는 대상 상금을 1천만원에서 1천5백만원으로 올리고, 수상자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다양한 후속 조치들도 마련해 국악창작곡 개발을 적극 지원할 태세다.
2007년 프로젝트에는 총 86개의 작품이 경합을 벌여 그 가운데 10개 팀이 본선에 진출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들 중 일부는 음반을 발매하거나 해외 무대에 진출해 한국 전통음악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실제 지난 4월에 열린 뉴욕 공연에서는 입장권(624석)이 모두 매진되는 일도 벌어졌다. 이 공연에는 열정적인 무대로 주목받았던 대상 수상팀 퓨전국악프로젝트 ‘락(樂)’과 섬세한 연주로 눈길을 끌었던 여성중주단 ‘아이렌(IREN)’, 전통음악인 시나위를 현대적으로 연주한 ‘불세출(不世出)’이 출연했다.
오는 9월 11일에는 두 번째 ‘21세기 한국음악프로젝트’가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다. 이번 행사는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주최해 유럽 진출의 가교를 마련할 예정이어서 관심이 모아진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이윤경 국악방송국 사업개발팀장은 “최근 불기 시작한 퓨전 국악의 열풍이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짐작했다. 국내 대학 국악과 교수들도 정통 국악뿐 아니라 퓨전 음악에 많은 아이디어와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어 당분간 퓨전 국악이 대세가 될 전망이다.
이윤경 팀장은 “21세기 한국음악프로젝트에 발표되는 음악 중에 퓨전음악이 대부분인 것은 요즘 국악의 추세이지만 아직까지 음악의 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면서 “이것이 한국음악프로젝트의 가장 큰 숙제”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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