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을 줄 모르는 중동의 뇌관

민경우 | 한국진보연대 정책위 부위원장, 공동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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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서 쉬아파와 페르시아의 나라 이란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란은 세계 유슈의 석유 산유국으로 이란 政情은 석유값 폭등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고 이란의 핵개발 계획은 북과 함께 초강대국 미국의 가장 첨예한 관심사이다. 더 나아가 이란은 한편으로는 중러와 함께 유라시아 대륙을 탈미화시키는 거점이 되고 있고 북한, 베네주엘라와 함께 진짜 ‘악의 축’을 형성하며 미국과 각축하고 있다. 도대체 이란을 둘러싸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미국과 이란 사이의 핵심 의제는 이란의 핵 개발이다. 이란은 세계 유수의 산유국임에도 불구하고 평화적 핵에너지 개발을 공언하며 핵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과 EU가 중심이 되어 3차례에 걸친 UN 결의안을 통과시켰지만 이란은 핵 개발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핵 파워게임은 부시 정권이 저지른 이라크 침략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침공의 사유로 들었는데 결론적으로 이라크는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지 않았으며 미국 또한 이 사실을 알면서도 침공을 강행했음이 드러났다.
결국 이라크는 대량살상무기가 있어서 침공을 당한 것이 아니라 대량살상무기가 없어서 침공을 당한 셈인데 이 역설적인 상황 앞에서 ‘악의 축’으로 지목된 또다른 국가인 북과 이란은 핵 개발만이 미국의 다음 침공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하고 결사적으로 핵개발을 다그치고 있다.
아무리 미국의 군사력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핵과 미사일만 가지고 있으면 미국과 지역적인 차원에서는 맞설 수 있는 군사력을 구비할 수 있다. 핵과 미사일이 갖는 이러한 가치가 왜 미국과 이란, 미국과 북 사이에 핵을 둘러 싸고 날카롭게 대치하고 있는가를 설명해 준다.

이란혁명수비대


핵, 석유, 탈미 그리고 반미
이란의 핵 개발을 억지하기 어렵게 하는 것은 이란이 갖고 있는 석유 자원과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다. 1980 ~2000년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 속에서 저유가가 지속된 반면 2000년 이후 세계는 자원민족주의와 고유가 시대로 접어들었다. 여기에 불을 지른 것이 부시 정권의 이라크 침략이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을 전후한 2003년 무렵부터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기 시작해 2003년 30달러 수준이던 국제 유가는 2008년 현재 130달러를 위협하고 있다. 물론 국제 유가 상승의 주된 동력은 달러약세, 수급 구조의 불균형과 같은 경제적 요인이 크지만 러시아, 베네주엘라, 이란 등에서 발원한 자원민족주의, 나이지리아와 이란의 정정불안 등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이스라엘의 샤울 모파즈 부총리가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을 언급한 2008년 6월 초순 국제 유가가 하루만에 11달러가 상승하여 139달러까지 치솟은 바 있다. 그 만큼 이란이 보유한 석유 자원은 세계정세의 민감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이란은 석유 자원의 보고인 중동지역의 중심부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는 전략적인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이란이 국제정치를 흔드는 또다른 요소는 이란이 석유자원과 지정학적 위치를 이용해 미국주도의 국제질서를 흔들고 있는 점이다.
2005년 5월 2차대전 종전 60주년을 맞아 중러 정상간의 역사적인 회담이 벌어졌다. 이를 계기로 중러는 미국 주도의 일극 질서에 맞서 ‘호혜적 다극질서’를 공언하며 중러 연대를 강조하고 있다. 중러는 단순한 공동성명을 뛰어 넘어 2005년 8월에는 산동반도에서, 2007년에는 중앙아시아에서 공동의 군사훈련을 진행하여 파란을 일으켰다. 중러가 주도하는 유라시아 대륙의 탈미화는 중러와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의 이슬람국가들을 연결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로 발전하고 있는데 이 상하이협력기구에 중동과 남아시아 국가들인 이란, 인도, 파키스탄 등이 가세하고 있다. 이런 양상이라면 미소 냉전 시절 나토와 바르샤바 조약기구가 맞섰던 정치 지형에서 바르샤바 조약기구를 대체하는 새로운 탈미 기구가 상하이협력기구라는 이름으로 유라시아 대륙에 형성됨을 의미한다.
또 이란의 반미 전략은 중러의 다극화 전략과 맞물려 교묘히 미국의 이란 압박 전략을 돌파하고 있다.
90년대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속에서 중규모 국가들의 생존 전략 중에서 은밀하게 추진되었던 프로젝트가 ‘북-이란-파키스탄’을 연결하는 미사일 커넥션과 ‘파키스탄-북-이란’을 연결하는 농축우라늄 커넥션이다. 북의 노동 미사일이 이란과 파키스탄 미사일의 원류라고 할 수 있고 파키스탄의 농축 우라늄 커넥션은 북과 이란의 핵 개발과 관련되어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따지고 보면 2002년 1월 부시가 지목한 이라크, 북, 이란을 연결하는 ‘악의 축’은 허구의 존재이다. 북, 이란이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미국이 ‘악의 축’으로 지목할 정도로 위협적이긴 하다. 그러나 이라크는 나라 전체가 거덜난 빈껍데기 국가였다.
이라크가 사라진 틈을 타고 진짜 ‘악의 축’이 등장하고 있다. 신종 악의 축의 핵심 멤버는 ‘이란-베네주엘라-북’이다. 북-이란의 연결 구도는 90년대부터 지속되었고 이란과 베네주엘라는 중동과 중남미라는 지역적 거리, 언어와 인종이 전혀 다름에도 반미라는 공통의 가치 아래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북과 베네주엘라 사이의 연대도 점차 공고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8년의 이란
2008년 이란을 둘러 싼 정세는 여러 복잡한 양상을 띄고 있다.
첫째 이스라엘 부총리의 이란 공격 발언이 나자 국제 유가가 폭등하는 등 이란은 하루가 다르게 폭등하고 있는 국제 유가의 민감한 지점과 연결되어 있다.
둘째 미국과 EU가 주도하는 거듭되는 제재 위협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핵 개발을 계속할 것임을 공언하고 있다. 이 핵개발은 다른 중동 국가들의 핵개발을 자극하며 태풍의 눈으로 자라고 있다.
셋째 2008년 민주당 대선에서 승리한 오바마가 친이스라엘, 반이란 정책을 가시화하며 이란을 자극하고 있다. 이는 2009년 1월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대이란 강경책에 변화가 없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넷째 이라크의 쉬아파 온건 정부가 2008년 12월 이후 미군의 장기주둔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중동 한 복판에 15만이 넘는 미군이 장기주둔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란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이 경우 이라크 정정은 다시금 파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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