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게이 감독의 아름다운 저항
영화와 미술의 만남 ‘데릭 저먼(Derek Jarman)’ 특별전

-
- 데릭 저먼의 영화 세바스챤
- 사진 더 보기
- ⓒ 월간 말
삶은 거부당했지만 그의 영화는 위대했다
데릭 저먼은 70년대 초반 켄 러셀의 영화 ‘악마들’에서 미술을 담당하며 영화계에 뛰어들었다. 그는 로마 시대의 성인 세바스찬을 게이 아이콘으로 해석한 첫 번째 장편영화 ‘세바스찬’ 이후 ‘희년’, ‘대영제국의 몰락’, ‘가든’ 등 내러티브가 없는 실험적인 영화로 기성 제도와 보수주의를 비판했다. 그는 셰익스피어와 크리스토퍼 말로우의 16세기 문학작품을 각색한 ‘템페스트’, ‘에드워드 2세’ 등에서는 과거를 통해 현재의 역사를 형상화했으며, ‘카라바조’나 ‘비트겐슈타인’ 등 독특한 전기물을 통해 역사상의 게이 인물들에 개인적으로 접근하기도 했다.
특히 16세기의 천재화가 카라바조의 일생을 다룬 ‘카라바조’는 과거와 현재를 가로지르는 실험적인 형식과 아름다운 화면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데릭 저먼의 아름다운 장편 영화 11편이 상영되는 이번 특별전은 영화와 미술, 문학, 음악을 아우르는 한편, 예술의 본질과 현대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는 “데릭 저먼의 영화는 영국 역사의 재구성, 카라바조, 에드워드 2세, 비트겐슈타인 등 알려진 인물에 대한 재해석, 게이적인 논증과 정치적인 진술, 아방가르드적인 실험, 퍼스널 다이어리, 사회적인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주제와 형식을 담고 있다”면서 “영국 영화의 전통을 계승한 인물도 영화사에 정통한 작가도 아니었지만 그의 아마추어리즘은 영화에 놀라운 생명력을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프로그래머는 “그의 영화는 동성애자이기에 사회에서 배제당하고, 전위적인 영상 표현의 과격함 때문에 대중들로부터 이해받지 못했으며, 질병으로 인해 자신의 몸과 싸워야 했지만 죽음의 고통 앞에서 모든 이들에게 보다 나은 미래와 불안 없는 사랑이 찾아와 주기를 기원했다”면서 “이번 회고전은 거칠지만 그의 예외적인 아름다움과 사랑을 관객에게 선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4명의 작가들이 펼치는 미술의 향연
‘데릭 저먼’의 특별전이 열리는 기간 동안 서울아트시네마 로비에서는 ‘데릭 저먼의 정원’이라는 주제로 뜻 깊은 전시회가 열린다. 이 전시에는 데릭 저먼을 사랑하는 14명의 젊은 작가들이 그의 영화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참여 작가는 권민경, 김정선, 몬히(Monji), 박혜정, 여주경, 오용석, 이경훈, 장미라, 정지선, 찰스장, 최유리, 한미숙, 한송이, 허남준이다.
권민경 작가는 “데릭 저먼의 작품은 매우 복잡하고 현란한 이미지들로 이뤄져있지만 소수의 집단(동성애자)의 세상을 향한 투쟁을 다룬다는 점에서 보는 이의 마음을 가라앉혔다”면서 “그의 작업은 페미니즘적인 시각으로 여성의 육체에 가해지는 사회적인 압박과 그에 따른 불가피한 개인의 투쟁을 형상화하고자 하는 나의 작업과 개념적으로 통한다”고 설명했다.
오용석 작가는 “그의 세계는 죽음과 같은 황폐함, 죽음의 전조들과 그 황폐함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진액 같은 욕망들로 가득 차 있다”면서 “정원은 상징, 허무, 풍자가 복잡하게 얽혀서 드러나는 미래의 디스토피아임과 동시에 고래로 전해 내려오는 신화적 세계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복잡함이나 난잡스러움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적인 어떤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경훈 작가는 “영화 ‘가든’을 보고 그의 동성애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는데, 그는 자신의 사랑을 절대적인 가치로, 무언가 저항하듯 강렬한 색채와 힘으로 표현했다”면서 “그의 동성애는 순수했고 그만큼 그 표현도 거침없는 부르짖음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 ©월간 말
- 기사입력: 2008-06-23 13:54:13
- 최종편집: 2008-07-01 14:47:14
컨텐트 링크
민중의소리를 후원하시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십시오.
- 컨텐트 링크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기사에 달린 댓글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 Copyright 2000~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