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설움 딛고 노조 깃발 세우다
[월간 말]삼성협력사 동우화인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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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노동자들은 정규직과 달리 잔업 후 통근버스를 타지 못하고 택시를 타고 퇴근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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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6일 밤 8시, 평택시 안중 모처에 동우화인켐 비정규직 노동자 11명이 비밀리에 모였다. 전국금속노조 동우화인켐 비정규직분회 결성을 위해서다. 원래는 좀 더 준비해서 노조 깃발을 세울 생각이었으나, 회사측에서 이들의 움직임을 감지한 터라 시간을 더 끌수가 없었다. 긴박하게 노동조합 결성식이 진행됐다. 어떻게 알았는지 밖에는 회사 조반장들과 정보과 형사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11명의 면면을 확인하고 이후 대응을 위해서다. 결성식을 무사히 마치고 이들은 27일 새벽 2시 야근조 야식시간에 기습적으로 구내식당에서 보고대회를 진행했다. 그야말로 무슨 비밀작전이라도 수행하듯 전국금속노조 동우화인켐 비정규직분회는 결성됐다. 노조 결성과정을 보면 한국노동운동사 80년대 후반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법한 수준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것은 2008년 오늘을 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차별도 고달프고 억울하지만 헌법에 보장된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도 이들에게는 사치일 수밖에 없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삼성전자 최대 협력사
경기도 평택 포승공단에 위치한 동우화인켐은 삼성전자의 LCD 편광판 필름을 제조하는 삼성전자의 최대규모 협력사다. 1991년 자산 800억 원으로 시작해 2007년 1조5천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급성장했다. 노동자들이 흘린 피땀이 큰 몫을 했다. 현재 이 회사에는 정규직이 1천여 명, 비정규직이 1천여 명 근무한다. 비정규직은 동우화인켐의 사내하청업체인 삼우공무, 신우종합관리, 씨씨엠텍 등 소속이다. 임금은 정규직 신입직원 연봉이 2천800만원, 남성 비정규직이 2천200만원, 여성 비정규직이 1천500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여느 사업장과 마찬가지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는 백만 원 단위 이상의 차별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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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조는 현장 관리소장이 50대 여성 청소노동자에게서 부당하게 금품을 갈취했다며 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징계감봉이라며 20여 만 원을 제한 급여명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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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정의 안주인으로 아이들의 엄마인 제가 40살이 넘어 먹고살기가 너무 힘들어 조금이라도 돈을 벌어 보탤까하고 동우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큰 회사였고, 사원들에게 잘 해준다는 소문이 파다했지만, 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나보다 어린 사원들이 작업지시를 하고 잘잘못을 따지며 눈을 부라릴 때 가슴 한 켠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어두컴컴한 작업실에서 목 한 번, 어깨 한 번 돌릴 새 없이 죽어라 필름 불량만을 찾아야 했고, 어깨가 무너져 내릴 것 같아도 라인 전체 잔업을 강요받아 병원도 갈 수 없었습니다. 무언가 모를 가스냄새 때문에 토를 한 적도 있었고 머리가 지끈거려 죽을 지경입니다.
게다가 작업시간 중 화장실에 한 번 가려면 화장실 출입증을 받아 가야하는 수치스러움을 참아야만 했습니다. 차라리 방광염에 걸리고 말지하며 생리현상을 참아가며 일을 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입니다.
그나마 주간근무를 해서 아이들을 챙길 수 있었는데, 4월부터 갑작스레 전원 주야 교대근무를 해야 한다는 회사의 지시에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는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동우화인켐 비정규직 40대 여성 노동자의 하소연이다. 잔업 때문에 시간이 없어 아파도 병원에 못 가고, 화장실도 허락을 받고 가야 하는 열악한 환경을 견디다 못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결성을 선택했다. 그 중심에는 최현기(34) 분회장이 있었다. “여기는 3년차부터는 임금이 동결됩니다. 그래서 다니면 다닐수록 손해입니다. 또 매해 12월에 정규직은 성과급이 나오는데 비정규직은 나오지 않고 휴일에도 강제로 잔업을 해야 합니다. 명절이라고 해도 집에도 못 가봤습니다. 여성비정규직이 많은데 이 아주머니들은 근속년수가 5년, 7년, 많으면 9년도 됩니다. 그런데 3년차부터는 똑같은 대우를 받는 겁니다.” 노동조합결성은 노동자의 권리이고 자유이지만, 1000명의 1%인 11명이 깨질지도 모를 어려운 길을 택한 이유가 뭐냐고 묻자 최 분회장은 이렇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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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의 노조활동 방해
최 분회장은 올 해 초부터 몇 몇 동료들과 함께 비정규직분회를 준비했다. 노동조합이 결성되자 설움속에서 일해야 했던 30, 40대 여성노동자들의 가입이 먼저 줄을 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노조결성직후 난관에 봉착했다. 사측이 이들의 자유로운 노조활동을 방해하고 나선 것이다. 당장 사측은 분회 임원진의 공장 출입을 저지하고 나섰다. 신우종합관리 소속 여성 임원진 2명은 27일 오전 출근을 저지하는 사측 경비요원과 몸싸움 끝에 공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삼우공무는 정규직분회 임원진들에게 문자로 생산현장 밖 본사 사무실로 발령을 냈다. 문자 내용은 이렇다. “삼우공무입니다. 2008년 5월 26일부로 본사 근무를 명합니다.” 고희철(35) 분회 사무부장은 이 문자를 받고 황당함을 금할 수 없었다. “근로감독관을 불러 징계절차도 없이 징계를 내린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죠. 근로감독관이 보기에도 회사를 옹호할 입장이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노사정 3자가 머리를 맞대고 얘기해서 이 조치는 몇 시간 만에 철회됐습니다. 그리고 노조가 건설됐으니 유인물 뿌리고 선전전 하는 것을 합법적으로 보장해달라고 요구했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좀 더 들어보자.
“저희가 9시에 현장에서 밀려났다가 3시간만에 현장에 복귀했습니다. 그 다음부터 현장분위기가 반전됐습니다. 보통 비정규직들이 노조를 만들면 다 잘리고 쫓겨나는데 회사에서도 초기에 대응을 잘 못 했죠. 저희가 투쟁조끼 입고 유인물 뿌리고 조합원을 확보하면서 회사에서도 함부로 하지 못할 정도의 힘은 갖게 됐습니다. 최근에는 회사도 노무팀을 꾸린 것 같고 조직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는 또 “노조 임원진이 검품대에서 일을 하는데 관리자들이 돌아가면서 동태를 살피는 등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들도 있다”라고 말했다. 신우종합관리 관계자도 초기에 출입통제가 있었던 것은 부인하지 않았다. 경인지방노동청 평택지청 근로감독관도 “부당노동행위가 있었던 것은 만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회사측이 부당전보를 현장에서 다 시인하고 즉시 시정조치했다. 이외에도 임금체불 등 여러 가지 부당노동행위 건이 노조로부터 접수돼 있다. 그러나 노사양측이 정상교섭을 하기 전까지는 다툼이 있을 수밖에 없다. 가능하면 노사 모두 마찰을 피해가면서 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노조는 결성직후인 5월 28일 사측에 기초교섭요구안을 전달하며 교섭을 요청했다. 그러나 삼우공무, 신우종합관리, 씨씨엠텍은 계속 교섭을 거부해오다 신우는 19일, 삼우는 20일 상견례에 나서기로 했다. 금속노조 동우화인켐 비정규직분회는 우여곡절 끝에 이제 겨우 노동조합으로서 첫 발을 뗐다. 이들이 비정규직 투쟁 승리의 역사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좀 더 준비해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변의 우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 노동자들의 불만이 있는데 질 때 지더라도 한 번 싸워봐야 하는 게 노동자들의 입장 아니겠습니까?” 고희철 사무부장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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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도 혼나고 잘릴까봐 쉬고 싶다는 말도 못했습니다."비정규 여성노동자가 자필로 쓴 호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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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여성노동자 인권유린, 금품탈취”
동우화인켐 비정규직 분회는 상여금 100% 삭감, 강제잔업 강제특근 등 회사의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최현기 분회장이 대표로 노동부에 체불임금 진정을 내기도 했다. 이외에도 최근에는 현장에서 청소일을 하는 50~60대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인권유린과 금품탈취 등이 있었다고 밝혀 충격을 줬다. 이 여성노동자들은 신우종합관리 소속이다.
분회에 따르면, 50대의 허 아무개 소장은 여성노동자들에게 일을 못한다고 협박을 하며 대놓고 뒷돈을 요구했다. 허 소장은 현금은 안 받고 백화점 상품권이나 자신이 필요한 물건(술, 홍삼액 등)을 요구했다고 한다. 새벽 6시에 출근해서 10시간 넘게 일하면서 번 돈 100만원 중 이런식으로 10~20만원을 떼였다고 한다. 또 월급날에 모두 소장실에 모여 월급을 타는데, 허 소장이 한 명씩 큰 소리로 이름을 호명하며 각각의 월급액수를 발표하고 월급봉투를 주며 ‘더 열심히 하라’고 잔소리를 했다고 한다.
분회는 6월 19일 동우화인켐 동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내용을 밝힌 후, 허 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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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2008-06-26 16:03:48
- 최종편집: 2008-07-01 20: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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