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농업'을 만들어가는 농민들
[월간 말]새로운 농업농촌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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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농업’ 고민의 출발
1980년대 후반 농축산물 수입 개방이 본격화된 이후 지난 20여 년 동안 이어져온 개방과 구조조정이란 두 줄기의 정책은 한국 농업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했다. 1990년대 초반 43%를 상회하던 식량 자급률이 최근에는 약 절반 수준인 25.3%로 하락했을 뿐만 아니라 농가 인구 역시 700만 명을 넘어서던 수준에서 그 절반 이하인 약 320만 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또한 농가 부채는 농가평균 약 470만 원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약 2천800만 원으로 6배 가량 증가하였다. 이러한 식량 자급률 하락과 농가 인구 감소, 농가 부채 증가는 농업이 축소되는 현상으로 인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신자유주의 하에서 WTO협상이나 각종FTA 같은 개방추진과 이에 기반하여 국내 농업구조조정 정책이 지속될 경우 한국농업은 결국 다국적 기업 같은 소수의 기업농이나 규모화농만이 살아남아서 주도하게 될 것이다. 이때 농업은 국민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을 제공하는 공적인 역할이 아니라 자본에 의해 이윤을 추구하는 것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그간 농민운동은 한국 사회운동에서 나름대로 자기 지위와 역할을 꾸준히 확대하고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일방적인 농업개방과 농업 구조조정에 대한 지속적인 저항과 투쟁을 이끌어 왔다. 이러한 저항과 투쟁은 일정한 제도적 변화를 만들어 내는 성과를 내오기는 했지만 개방과 구조조정이라는 정책줄기의 물길을 근본적으로 돌려내지 못했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로부터 안타까운 시선과 함께 농민운동이 농산물 개방협상반대 같은 농업의 외부 조건과 지배 권력의 제도화에 대한 안티중심 투쟁, 농민들만의 운동, 방어적 운동을 해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 결과 농민운동이 자기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중장기적 전략이 부재해지고 국민적 지지기반이 약화되는 등 오히려 수세에 몰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농민운동 진영이 그간의 활동과정에서 타 계급계층과의 계기적, 사안적 연대를 만들어가기는 했지만 신자유주의 체제하에서 농업의 또 다른 이해당사자인 국민 대중들과 폭넓게 농업 농민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내기 위한 의미 있는 일상적 연대나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외부 뿐만 아니라 농민운동 내부에서도 제기되면서, 농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국민들이 공감하는 농업 농민 대안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대되었다. 농민운동은 이제 새로운 농업농촌의 방향과 실천을 모색하여야 하며 고립분산적인 투쟁이 아닌 국민들과 공동의 생활적 요구, 정치적 요구를 담은 의제를 중심으로 횡적 연대를 확대해 나가야 할 필요성이 절박한 시점이다. 이러한 인식하에 2007년 5월 ‘대안농정연구기획단’을 만들게 되었다.
지속가능한 국민농업ㆍ통일농업
‘대안농정연구기획단’은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하 전여농), 민주노동당의 중앙정책실무자와 외부전문가로 구성되었다. 2007년 12월까지 6개월 동안 매주 모임을 갖거나 전문가 간담회를 통해서 ‘지속가능한 국민농업겾育毬燦鐸?繭遮?‘대안농업’보고서를 만들어내는 성과를 얻게 되었다. 여기에서 지속가능한 농업이란 농업생산 활동에서 경제적 소득의 유지라는 측면에서 지속성 유지, 생산물의 질적 측면에서 소비자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함으로써 소비자 측면의 소비 지속성, 자원의 유한성 측면에서의 생태적 기반 지속성을 의미한다. ‘지속가능한 국민농업겾育毬燦鐸??이러한 지속가능한 농업에 의해 실현되는 ‘식량주권’과 ‘농업농촌의 다원적 가치’에 대해 국민 모두가 이해당사자가 되는 ‘사회적합의’(또는 국민협약)를 기초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는 농업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요소로 구분된다.
첫째, 환경 친화적 농업으로의 전환이다.
환경 친화적 농업은 관행 농업에 의해 생산된 수입 농산물에 대해 질적 우위를 확보하는 유일 방도이다. 환경 친화적 농업은 지력 약화를 피하고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안전한 먹을거리 공급을 보장한다. 또한 환경 생태 보전, 전통 문화 보전, 공동체 유지 등 농업이 지니는 다원적 가치도 환경 친화적인 농업에서 온전하게 발휘될 수 있다. 먹을거리를 상품 가치로만 판단하고 농업을 경제 성장과 구조조정의 희생양으로 삼는 신자유주의 시장 지배 체제에서 농업의 다원적 기능은 축소·해체될 수밖에 없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은 결국 농업이 적정 수준에서 지속되는 것을 전제로 환경 친화적 방식으로 전환해야 실현 가능한 파생 기능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현재처럼 소수만 이용하는 친환경 농산물이 아니라 국민다수가 이용할 수 있도록 생산과 유통체계, 기술보급에 대해 농민들의 노력과 국가의 역할을 강화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둘째, 식량의 안정적 공급의 문제이다.
지구 온난화와 같은 기상 이변, 농업용수 부족 및 경지 면적 축소 등으로 세계 식량 생산은 감소하고 있다. 반면 세계 식량 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현재 세계 곡물 재고량은 급격히 감소하고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21세기 중반 이후 세계적인 식량 위기 및 식량의 무기화가 전혀 현실성 없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식량의 안정적 공급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세계 곡물 부족에 따른 식량 위기와 먹을거리 양극화를 방지하는 근본 대안은 국내적으로 식량의 적정 자급 규모를 유지할 수 있는 농업 생산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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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전 국민적인 먹을거리 공동체 형성이다.
농업은 본질적으로 시장과 양립할 수 없다. 농업 생산 활동은 상품화 가능한 농산물 이외에도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지만 시장은 그러한 다원적 가치를 평가해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먹을거리를 전적으로 시장에 맡기게 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보다 싼 가격에 쌀을 수입해서 먹을 수 있지만 논농사가 수행하는 다원적 기능까지 함께 수입할 수는 없다. 그래서 먹을거리는 생산에서 유통, 소비 전 과정을 생산자와 소비자가 연대하여 함께 책임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먹을거리 안전성, 먹을거리 선택권, 먹을거리 복지 등 먹을거리 소비와 관련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 따라 협소한 농업 정책에서 먹을거리 문제까지 포괄하는 광의의 농업 정책으로 가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농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통해 농업을 회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먹을거리 소비와 관련하여 자신의 일로 생각하고 있는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먹을거리 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
넷째, 남북 상호 보완적인 농업 공동체 형성이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서 향후 통일에 대비하여 일정한 측면에서 남북을 포괄하는 농업을 실현하는 것은 우리 농업이 수행해야 할 중요한 가치이자 공공적 역할에 해당한다. 이를 위해 남북이 상호 보완적인 농업 협력을 통해 상호 의존적인 농업공동체를 실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은 어느 일방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남북이 대등한 지위를 갖는 공동 주체로서의 역할 분담을 통해 진행되어야 한다. 남북 경제 체제의 차이를 고려할 때 상호 보완적 농업 협력은 정부 당국간 “협상 가격 - 계획 생산 - 내부 거래” 방식이 가능하며, 이는 사회적 경제 및 공공 영역에 해당하는 것으로 대안 농정이 추구하는 방향과 합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속가능한 국민농업겾育毬燦鐸??농민이 농업의 사회적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사회가 농민의 생활을 책임지는 관계이다. 이러한 ‘대안농업’이 실현될 때 농업의 가치는 재평가되고 그에 따라 농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사람들 또한 늘어날 것이다. 현재 우리 농업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이것 뿐이다.
‘대안농업’을 실천하기 위한 여정
전농과 전여농은 2008년 ‘대안농업’의 정책적 내용과 실천계획을 구체화하기 위해 중앙정책 실무자 중심으로 되어있는 ‘대안농정기획단’을 ‘대안농정연구개발단’으로 재편하여 중앙정책 실무자 뿐만 아니라 지역의 정책실무자들을 조직적으로 결합하게 했다. ‘대안농정연구개발단’은 한 달에 한 차례씩 워크샵을 통해 ‘지속가능한 국민농업겾育毬燦鐸??보완수정과 더불어 구체적인 실현방안과 실천과제들을 모색한다. 현재까지 두 차례의 워크샵을 진행하였는데 첫 번째 워크샵에서는 ‘대안농업’의 전반적인 내용을 공유하고 점검하는 것과 더불어 향후 월별로 ‘대안농업’의 전략과 과제에 대한 주제를 정하고 연구, 토론해 나갈 계획을 수립하였다.
두 번째 워크샵에서는 ‘대안농업’의 중점과제 중 하나인 ‘지역농업재구성’에 대해 충남대 박진도 교수로부터 발제를 듣고 토론을 진행했다. ‘대안농업’은 지역에서의 실천을 통하여 다양한 계급계층 공동의 흐름을 만들고 상층으로 모아지는 것을 주요한 이행기조로 삼고 있다. ‘지역농업재구성’은 ‘지속가능한 농업’을 목표로 지역 농민들과 주민들이 소통하여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뿐만 아니라 한국농업을 회생시키기 위해 정치경제 구조를 변화시키고자하는 농민운동의 고유한 활동 토대가 된다.
‘대안농정연구개발단’은 앞으로도 시민사회단체들과 소통하는 상층활동과 더불어 지역에서 ‘지속가능한 국민농업겾育毬燦鐸??이행하기 위한 노력을 해 나갈 것이다. 지역에서 생산과 소비측면의 식량자급을 담보하기 위한 지역 먹거리 체계 구축, 대안적 농촌지역 개발 정책, 농촌공동체 회복 방안 등 대안 모델을 창조하기 위한 실천적 과제들을 토론해 나갈 것이며 이러한 토론은 실천주체인 지역 농민들과 주민들이 소통하는 가운데 이루어질 것이다. 강조하자면 ‘대안농업’은 단지 농업농촌 문제의 대안만이 아니다.
국민들과 함께하는 국민농업을 통해 식량위기시대 대안으로서 ‘식량주권’실현을 위한 ‘국민주권’의 문제이다. 지금 그 여정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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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2008-06-30 17:03:27
- 최종편집: 2008-07-01 20: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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