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10년론'은 몇 사람이 잃어버린 거 찾자는 것"
[월간 말]6.15선언 8주년, 시인 고은 선생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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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야말로 진리이다’ 시인 고은 선생은 2000년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만찬장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그리고 8년이 지났다. 고은 선생의 말대로라면 6.15 남북공동선언(이하 6.15선언)이 발표되고 8년이 지난 지금 남북관계가 훨씬 많이 변하고 발전했어야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와 남과 북이 서로 다른 ‘노래’를 부르며 6.15선언 이전 시대로 돌아간 듯하다.
최근 촛불시위에 나오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아도 나오지 못하고 <겨레말큰사전> 편찬 작업을 하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쁘게 살고 계시다는 고은 선생.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특별수행원의 한 사람인 고은 선생을 6.15선언 8주년 되는 지난 6월15일 경기도 안성 자택에서 월간 『말』이 만났다. 남북관계 전망, <겨레말큰사전> 편찬 작업 등에 대해 고은 선생께 들어보기 위해서다.
6.15 남북공동선언 8주년을 맞는 감회는 어떤가.
6.15선언은 우리의 역사 행위다. 우리가 그것을 죽여서도 안 되는 역사행위다. 한국 현대사에서 해방이 있고, 어떻든 두개의 정부가 수립되었고, 또 그러다가 분단 모순에 의해서 전쟁으로 오백만의 사람들이 이 한반도 공간에서 희생 되었고, 그리고 필요에 의해서 다시 두 체제가 살아나서 둘이 만나야 되겠다는 그 참을 수 없는 당위로 6.15선언이 만들어졌다. 6.15선언, 이것은 아까 말한 것처럼 해방, 또 건국, 또 전쟁, 이런 것의 이어지는 커다란 역사의 풍경이다. 지금 6.15선언 8주년이 지나고 있는데 누가 보기에는 이제 지나가버린 하나의 사건으로 치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마 그렇게 치부하는 것은 곧 다 의미가 없어질 거다. 6.15선언을 발전시키는 행위가 일단 차단됐다고 보기도 하지만 전혀 닫힌 것이 아니고 유물로 끝날 그게 아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남북관계가 꼬여있다. 6.15선언과 10.4정상선언 이행의지가 안 보인다. 어떻게 보는가.
집권 5년을 다 보내버릴 수도 있겠지만, 상반기를 지나면 아 이런 길로 가면 안 된다는, 민족현실의 동북아 국제현실을 뼈저리게 통감하게 될 거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라고 하는 것은 둘이 만날 수밖에 없게 되어있다. 오히려 만나지 않으면 국제적인 고아가 될 수 있다. 미국도 이라크라고 하는 제2의 베트남의 수렁에서 허우적대다 북한 시나리오를 바꿨다. 국제무대에서 북한을 인정하고 수교대상으로 삼고 있다. 지금 미국도 역시 서두르고, 일본 역시 관계정상화로 가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역시 북한을 소외시키면서 자기들이 팽창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나라가 북쪽과 단절된다면 우리나라만 이런 국제관계 발전에서 완전히 누락되는 것이다. 그러니 그렇게 따라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상황과 다르게 남북관계를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것 아닌가.
북한은 지금 중국의 막대한 영향권에 들어있는 것이 사실이다. 내가 아는 바로는 평양의 몇 개의 백화점 같은 것은 아마 중국에서 조종하고 있다. 북한은 남한에 비해 산악지대가 많아서 자원이 상대적으로 풍부하다. 현대 첨단 산업에 쓸 만한 자원들이 많이 있는데 이런 것도 우리가 방치해두면 전부 중국의 것이 된다. 또 중국의 동북공정이라는 건 단순히 극동에서의 역사를 독점하겠다는 걸로 끝나지 않는다. 고구려, 발해 문제가 아니다. 지금 한반도를 자기화 시키려하는 무지무지한 흉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고대를 자기들 것으로 갖겠다는 것이 아니다. 지금 고구려 흔적들, 발해 유적들 전부 중국의 지방 산업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남북관계가 아주 나쁜 방향으로 간다고 상정할 때 동북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국이 북한을 재분단해서, 청천강 위나 평양북도 일대나 함경북도 일대 이런 걸 중국이 갖고 나머지를 미군이 주둔한다는 그런 나쁜 가정을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중국의 동북공정을 우리 민족끼리 막아야 한다. 이걸 막지 않으면 북한 혼자서는 감당이 안 된다. 남과 북이 못 만나면 서로 자기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이걸 우리가 뼈저리게 예감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당장에는 미국과의 관계, 일본과의 관계에 습관처럼 익숙해져 있지만 분단 원인에서 알 수 있듯 미국, 일본이라는 해양세력은 늘 대륙을 넘본다. 이제는 해양세력 뿐 아니라 대륙 세력인 중국과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북한과 끊임없이 만나서 육체적인 접촉에 들어가야 한다. 6.15선언이 그 시작이었다. 6.15선언과 같은 것이 지속적으로 발달하게 되면 통일은 아니더라도 경제적 통합, 시장의 통합이라든지, 문화의 교류라던가, 마지막에 가서 군사적 통합까지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기까지 염두하고 우리는 살아야 한다.
또 하나는 뭐냐면 이른바 ‘잃어버린 10년론’인데, 이건 자기들 몇 사람이 잃어버린거나 찾자는 거다. 우리 역사로서 얘기를 해야 한다. 그 10년동안 발전시켜온 남북관계를 보고 여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정부의 발상은 이 10년동안 발전된 것은 아무 의미 없다는 것이다. 그 이전 냉전시대로 돌아가서 역사를 잇겠다는 것이다. 얼마나 반역사 행위인가. 이런 점에서 일이년 지나면 우리 민족 현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본다. 그땐 아마 상당한 수정을 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이렇게 믿고 있다.
냉각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정부는 당장 무엇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6.15선언을 다시 한 번 재평가 해봐야 하는데 그건 우리 민족의 현대사에서 중요한 사건이기도 하지만 세계사적 의미가 있다. 160여 개 국이 전부 공식적으로 지지해줬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나라가. 그리고 유엔도 6.15선언을 승인해줬다. 그리고 심지어는 종교적인 거 외에는 별로 상관도 없는 교황이 평양을 방문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이건 김대중 김정일 둘이 수군대서 만든 작품이 아니다. 이건 지구가 만들었다. 한반도 문제가 지구상에서 고대 이래 이렇게 세계의 집중적 관심을 받고 박수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이건 세계사에 비로소 한반도가 명예롭게 등장한 것이다. 세계사에. 난 이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이 한 시대의 어떤 사건으로, 풍경으로 지워진다고 하면 우리 민족이 걸어온 길을 스스로 모독하고 부정하는 것이다. 6.15선언에 내가 참여했다는 것과 상관없이 우리가 지속적으로 평가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이것도 있다. 우리는 당장 내일 모레부터 개성특구, 이미 약속된 확대된 특구에 다 들어가서 우리가 공장 활동하고, 경의선도 잇고, 대륙철도도 놓고 이런 일들을 해야 한다. 당장 내일 이뤄지면 얼마나 좋겠나. 그러나 이전 정권이었어도 내일모레 당장은 안 된다. 이 일은 내가 아니라면 우리 후대라도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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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에게 기대를 안하고 있는 것으로 들린다.
바로 약 먹고 효과 나타나는 이런 식의 즉각적 가치로만 인정하지 않고, 역사는 지속적인 걸로 생각한다. 역사는 특히 민족문제는 하나의 점으로서가 아니라 긴 선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할 때 통일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6.15선언이 통일원년이라고 했을 때 그게 원년인지, 아니면 그 이전부터 통일의 시작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통일을 하나로, 점으로 볼 때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처럼 드라마가 아니라, 그냥 길고긴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분단을 살고 있는지 통일을 살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자연스럽게 이어져가는, 말하자면 역사를 자연화 시키는 긴 과정이 통일에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통일에 살고 있다는 확신을 지속시켜서 이어주고 싶다. 이 정부가 오년 안에 민족 내부의 발전이 보여주는 효과를 안 보여줘도 좋다고 생각한다. 긴 역사로 보면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일 수도 있고, 역사라고 하는 것은 침체해도 정체해도 진보라고 생각한다.
나는 70년대 유신체제 끝나고 80년 서울의 봄 시대에도 살았지만 또 전두환이라는 괴물이 나타났다. 그때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은 참 없구나, 역사는 발전법칙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정체를 우리에게 경험하게 만드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역사는 변화하고 진전되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날 이렇게 된 것이다. 또 이렇게 행복한 순간 같은 것만 있으면 재미가 없어. 역사는 늘 시련을 만들어내야 된다. 시련 속에 우리가 참여해서 상처도 입고 피도 흘리고 이러면서 발전하는 것이지. 아주 무슨 고속도로를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만이 역사가 아니다. 아주 험한 비포장도로도 달리고, 산골짜기도 넘어야 되고, 바퀴가 빠지기도 하고 이러면서 가야 되는 것 아닌가. 이래서 나는 역사를 아주 확신한다.
그래서 나는 오년, 내가 사는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하더라도 앞으로 사람들이 살아갈 시간은 상당히 많다. 나는 일부를 맡고 있는 것뿐이고, 우리 동시대의 몫이 안 보인다고 해서, 뭐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없어도 좋아. 왜냐하면 우리 다음 시대에서 이어서 간다. 지금 촛불을 보라. 그건 동떨어진 문명인가? 이전에 최루탄 맞고 감옥가고 이런 토대 위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우린 그때 아주 분노에 찬 얼굴로 이런 거대한 세력에 맞섰다. 원한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촛불은 춤추고 있잖나. 장구치고, 애들 데리고 동네길 산책하듯이 유모차 끌고 나오는 시위가 지구상 어디에 있었나. 이건 붉은 악마와도 다르다. (붉은 악마는) 체제와 비체제가 함께 아우러지는 거대 체제가 만드는 집단의식의 조화 같은 것이었거든. 그 자체로 거대한 교화인데 그거와도 다르다. 이건 아주 놀라운 일이다. 한국은 지구의 꽃이다.
촛불은 실제 애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것이다. 여긴 어떤 이데올로기도 없어. 주최자도 없어. 배후세력이라는 것도 전혀 없어. 지들이 만들어서 지들이 일으켜서 우리가 거기 교화, 동화된 것이다. 감정이. 우린 저 풍경이 낯설었어. 저런 어린아이들이 안타깝다 이런 식으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거대한 국민적인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세계가 다 우리 한국을 쳐다보게 만들고 이렇게 된 것이다. 한국은 기막힌 역사의 땅이다.
가령 일본은 역사가 다 완성된 나라다. 거기 분단이 있나, 통일이 있나. 북방으로 러시아와 갈등 밖에 없고, 오키나와 저쪽에 중국과 도서 반환 문제가 있고, 한국과 독도 문제 약간 있고, 자기 영토에 오랫동안 살았다. 이건 역사가 없어. 우리는 앞으로 우리가 이뤄내야 할 역사 과제가 있지 않나. 우리는 명제를 가진 민족이다. 젊은 민족이다. 역사는 미완성이니까 완성할 만한 젊은 힘이 있는 거다. 걔네들은 다 늙었다. 블란서 봐라. 야성이 없다. 오랜 도시문화에 순화되어 있다. 레토릭만 있지. 체계를 바꿔가는 야성이 없다. 우린 오래된 민족이긴 하지만 통일을 한 번도 이뤄본 적 없는 민족이다. 나는 고구려가 만약에 통일됐으면 얼마나 큰 대륙 국가를 만들 수 있었을까 하는 점에서 역사에 대한, 고구려에 대한 향수를 강력하게 가지고 있다. 삼국통일이 있었는데 이건 영토개념이나 정서의식으로 보면 통일이 아니다. 정치행위로 외세를 개입시켰다. 우방이 아니라 외세다. 적당한 때 먹으려고 한 것이다. 크나큰 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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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급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과연 주변국들이 6.15선언을 계속 지지하겠나.
한반도는 가장 비제국주의적 공간이다. 이거 가지고 제국주의가 안 되는 땅이다. 크지 않으니까. 또 작지도 않은 땅이다. 그런데 이 작지도 않고 크지도 않은 적당한, 죄 안 짓고 살만한 국제적으로 이런 영토이다. 이거 멋지게 하나 만들면 된다. 그런 면에서 4강 전부 우리 한반도 통일을 지지해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6.15선언 직전 일본도 마지못해 승인하고 미국 역시 그때 클린턴이니까 승인해줬지 지금 같으면 어림없다. 중국도 아까 얘기한대로 중화주의, 중국제국주의 이거 무섭다. 러시아도 적당히 미국의 영향권 하에 (북쪽이)남쪽으로 흡수통일 되는 것 반대 안한다. 완충지대로서 분단을 지속하려는 나라들이다. 블라디보스톡에 한번 가봤는데 미국함정이 성조기 날리며 정박해있더라. 극비의 군사기지에. 이게 뭐 평화로운 풍경이 아니고 속으로는 긴장해 있다. 미국과 소련 사이를 완충하는 게 한반도이다. 분단돼 있는 걸 두 나라 다 좋아한다. 일본은 가장 우리 통일에 방해되는 나라다. 난관에도 불구하고 이런 4강, 이런 악조건을 나는 조건화 시켜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게 6.15선언 때문에 조금 가능했다. 그럼 앞으로 통일에도 이게 가능하지 말라는 법 없다. 그러니 그때까지 우리는 6.15선언을 지속 발전 시켜야 한다.
<겨레말큰사전> 편찬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계시는 걸로 안다.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의 의미는 무엇이고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소개해 달라.
현재까지 잘 진행된다. 국회에서 편찬사업관련 법률이 통과됐고, 이제 몇 사람 회의해서 하는 게 아니라 국가사업이다. 이것은 아마 대북 사업에서 유일하게 법률로 만들어진 그런 사업이다. 이것이 바로 통일행위는 아니지만 통일의 아주 기본인 그 원형이라고 생각한다. 민족이라는 건 아주 옛날 태고 때 있었던 게 아니라 살아오면서 바깥으로부터의 위기 때 마다 다져온 게 민족이다. 그전엔 우리도 잘 못 살았는데 잘 살아야겠다는 꿈의 가치로 만들어진 게 민족이다. 이 민족을 표상하는 제일 하나는 언어다. 만약 우리가 북에 갈 때 통역을 데리고 간다면 이것은 외국이다. 북 역시 그들의 사투리를 쓰지만 6.15선언 때 아무 통역 없이 술 마시고, 얘기했다. 언어 하나가 같다는 게 통일의 전제다. 분단 되서 반세기 넘겨버리니 언어가 달라졌다. 전쟁 이전과 이후 언어가 달라졌다. 30년대 소설을 읽어보거나 독립신문을 읽어보면 오늘날 언어와 전혀 다르다. 이는 국문학자들이 해석해줘야 한다. 현대 언어는 전후의 언어다. 그런데 우리 자체 언어도 이런데 체제가 다르니 어떻게 안 달라질 수 있나. 북한도 우리도 표준어 중심이다. 표준어는 다른 언어를 배제하거나 흡수해버리는 언어다. 지배이데올로기로 만들어진 언어다. 전라도, 경상도, 제주도 사투리는 고대 우리 언어들의 보배들이다. (표준어 때문에) 이런 게 전부 배제되고 없어져 버린다. 애들은 전부 피자먹는데 거기다 우리 고대 언어, 고향 언어를 얘기하면 못 알아들어. 언어가 이렇게 멸종될 위기에 있다. 북한도 평양 중심의 언어다. 문화어라 하는데 이도 역시 마찬가지다. 정치가 개입된 언어, 이런 용어는 다 빼고 우리 겨레말들을 남북이 모여서 하나의 의미를 만드는 것이다. 저기 지역 우리 지역 가능한 한 다 살리려한다. 나중에 통일된 다음에 이 사전이 하나의 사전이 될 것이다. 지금은 우리 표준어 사전이 있고, 저쪽은 조선말 사전이 있다. 그거 다 불완전 한 거다. 내가 저쪽 것 다 살펴봤다. 오류가 많다. 우리 언어도 마찬가지다. 분단 과정에서 못 챙긴 거 많고 근대에 와서 우리가 사전을 제대로 가져본 적이 없다. 사전은 그 민족의 문화의 척도다. 세계 내놔도 자랑스런 사전 하나 만들어야 한다. 연한을 둬서 시간이 촉박하긴 하지만 우리 민족 앞에 하나의 사전을 바치는 게 우리의 목표인데 지금 삼분의 일은 넘어섰다. 현재까지는 둘이 서로 싸우면서 합의 봐 가면서 하는데 잘되어 가고 있다. 중요한 게 두음법칙인데 서로 다르다. 합의 볼 것이다. 합의보기로 약속했다.
1989년 문익환 목사가 방북해서 김일성 주석 만나 <통일국어대사전> 만들자고 처음 제안한 것으로 안다. 별다른 진전이 없다가 6.15선언 이후 본격적인 편찬 작업을 하고 있는데 남북관계의 영향을 받는 것은 없나.
같이 술 마시면서 통일 사전 하나 만들어야 한다고 얘기 나눴다. 문익환 목사나 백기완 선생이나 나나 늘 통일사전 하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 가지고 마침 문익환 목사가 방북해서 김일성 주석한테 제안한 것이다. 문익환 목사가 통일 사전 만들자고 하니까 ‘좋습니다’ 그래서 씨가 뿌려졌다. 나중에 김정일 위원장 통해서 그때 합의 본 것을 사문화하지 말고 해야 한다고 하니까 ‘합시다’ 해서 씨가 부려지고 나무가 자라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잘 자라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좋은 게 이게 비정치적이다. 그런 분야니 그런 것쯤이야 뭐 해보라는 정도겠지. (남북관계가) 아무리 악화된다 해도 상관없다. 그래도 북쪽에 늘 의견 제시도 하고, 조정도 하고, 이런 일이란 게 편하지는 않다. 고행이다. 그래도 감수해야 한다. 나는 이거 하나 만들어 놓으면 죽어도 원이 없다. 민족의 구성원으로 태어나서 몇 십 년 시도 쓰고, 문학도 하고, 말을 하면서 인생을 살아왔는데 그 기본이 되는 사전 하나 만드는 것은 민족 구성원으로 큰 자랑이다. 관 속에 들어가기 전에, 다른 일은 못하더라도 이것만은 꼭 할 것이다.
- ©월간 말
- 기사입력: 2008-06-30 17:29:35
- 최종편집: 2008-07-02 13: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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