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정리는 갈등을 치유하는 투자다"
[월간 말] 김동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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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춘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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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의 활동은 법적으로 2010년 4월까지다. 2008년 5월말까지 위원회에 접수된 사건만 총 1만929건. 그러나 올해 상반기까지 규명된 사건은 13%에 불과하다.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는 셈이다. 진실화해위에 3년째 상근하며 한국전쟁 시기 민간인 학살 사건의 진상 규명을 진행해 온 김동춘 상임위원(49·성공회대 교수)은 과거사 관련 위원회 활동을 축소하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방침이 ‘인원감축’을 통해 현실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접수된 사건이 대부분 한국전쟁 전후 집단희생과 관련된 것으로 알고 있다. 각 사건의 성격은 어떠한가
=집단희생 접수 건은 7천800여 건 정도다. 가해주체는 국군, 경찰, 미군, 우익단체 등이 있다. 조사편의에 따라 성격을 나눠보면 신청자 수도 가장 많고, 피해도 큰 쪽은 국민보도연맹사건이다. 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만 2천500건 정도가 접수됐다. 예비검속은 일종의 구금 절차와 방식을 말하는 것이고 보도연맹은 희생의 대상을 말하는 것이다. 즉, 보도연맹원들이 예비구금되어 처형된 것을 말한다. 예비검속은 주로 제주도만 해당되지만 육지에서도 좌익 중에서 보도연맹원이 아니지만 예비검속 된 사람들이 있다. 그 다음이 국군의 수복 과정에서 인민군에게 협력한 사람들이 집단 살해된 부역 혐의 사건도 있다. 또 전남북 지역에서 빨치산에 협력 혹은 빨치산 토벌을 명목으로 인근주민을 학살한 사건도 있다. 주로 11사단이다. 이밖에 미군에 의한 피해가 있고, 군이 후퇴하면서 정치범들을 곧바로 처리한 형무소 사건도 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산발적이고 개별적으로 경찰과 국군에 의해 죽은 사건도 있다.
-위원회 종료시한이 2010년 4월까지로 알고 있다. 접수된 사건에 대한 위원회 차원의 작업은 어느 정도 진행됐나
=위원회는 2년 연장이 가능하다. 연장이 안된다고 보면 2010년에 종료된다. 집단희생에 대한 진실규명은 작년에 10~11%정도였고, 상반기까지 통계는 13%정도 된다. 1천3건 정도를 해결했다.
-10% 정도라면 현실적으로 연장을 해야하는 것 아닌가
=지금 봐서는 기간 내 맞추기가 어렵다.
-노무현 정권 때도 진실화해위가 해결해야 할 일에 비해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고 호소해왔다. 이는 접수된 진실규명 건수가 얘기해준다고 보는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위원회간 통폐합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위원회 활동이 더 어려워지는 것은 아닌가
=이미 나타나고 있는 어려움은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인력감축부분이다. 직원들 중 별정직으로 채용한 사람이 있고 전문계약직 위원으로 채용된 사람들도 있다. 전문직원은 2년 단위로 재계약을 하는데, 일정한 퍼센트를 잘라내라고 하고 있다. 재계약을 못하게 되는 것이다. 전문직원 12명 중 3명이 나가야하는 상황이다. 전문위원의 경우는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는데, 계약이 종료되는 12월 이후에 저쪽에서 (인원감축을)또 요구할 것 같다. 또 현재 공무원 중에서 지방직 파견 공무원이 7명 정도 있다. 이 사람들은 정원 외에 비별도 직원들인데, 예를 들어 대구에서 파견왔으면 1년 근무하고 복귀하면 후임자가 다시 오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행자부에서 복귀 후에 추가 인원을 보내지 않는 것으로 지침을 내렸다. 별정직으로 있다가 퇴사한 경우에도 그 자리를 조사활동을 할 수 없는 공무원으로 채우고 있다.
두 번째는 예산인데, 원래 10%삭감은 다른 부서하고 공통된 것이라고 치더라도 조사에 대한 협조문제가 있다. 위원회가 제대로 활동하려면 경찰, 군, 국가정보원 등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예전처럼 정치적 무게가 실리고 있지 못하다보니 진실규명의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거기다 인력감축 등 비협조 때문에 직원들의 사기도 전체적으로 저하되고 있다.
-통폐합 문제를 언급하셨는데, 과거사 위원회 통폐합 방침에 대한 위원회의 입장과 대응책은 무엇인가
=아직 통폐합 안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 다만 지난번 인수위 시절에 9개 위원회 통폐합 안이 나왔고, 한나라당 법안으로 제출된 바 있다. 이에 대한 위원회 의견은 성격이 다른 위원회가 무리하게 통합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진실규명에 촛점을 두고 있는데 보상위주의 위원회 즉, 특수임무자, 민주화 유공자, 삼청교육대 보상문제는 성격이 다르다. 보상은 해당 정부부처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예를 들면 노근리, 4.3항쟁 위원회 등은 위령사업, 명예회복 중심이고 우리는 진실규명과 화해를 중심으로 한다. 진실규명 된 사건은 추가입법을 통해 위령사업이나 명예회복을 같이 마무리 하는 것이 좋다. 나머지 실무적인 것은 현재 구성상으로 볼 때 위원회가 통합된다면 인력을 복원한다 해도 업무가 마비될 것이 뻔하다.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 등 유족 입장에서는 진실화해위원회 활동에 대해 부족함을 느끼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이런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부족하다는 지적은 언제나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다. 오히려 지적이 너무 적어서 문제일 수 있다. 왜냐하면 정부기구라는 것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당사자 입장에서는 성에 안차는 것이 당연하다.
유족들은 진실규명의 수위가 높길 원한다. 가해자를 명확히 조사할 것과 권고사항을 강하게 할 것을 요구한다. 특별히 위원회가 잘했다고 하더라도 그런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위원회의 권고 내용은 주로 어떤 것인가
=예를 들면 정부의 사과, 위령사업 지원, 군인 대상 인권교육, 호적에 잘못 기재된 부분 정정, 교과서 수록 등이다.
-위원회의 권고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거부하는 경우는 없나
=권고는 권고 처리반으로 가게 되어 있다. 권고 내용을 받아서 부처에 전달하면 이행여부를 권고 처리반에 보고하게 되어있다. 그러나 아직 한 번도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고, 지금 진행중이다. 상반기가 지나면 결과가 나올 것이다.
-이제 2년 반 정도 상근위원으로 활동하셨는데, 가장 보람됐던 일을 꼽으라면 어떤 것이 있나
=민간에서 접근할 수 없는 군경자료도 많이 확보할 수 있었고, 당시 가해자들과 수많은 증인들을 통해서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의 사망원인을 밝혀냈다. 유족들에게 금전적 보상은 못해주지만 그 사람들로 하여금 60년간 풀지 못한 한을 풀게 해준 것이 가장 중요하고 보람있는 일이다.
-아쉬운 순간도 있었을텐데
=아무래도 정부 조직이라는 한계가 있다보니 예산 범위 내에서 사업을 해야했다. 위원회 홍보가 잘 돼야 하는데 예산삭감 때문에 활동에 비해 인지도도 낮고 국민과 소통이 안 되는 점이 답답하다. 이번에 밝혀진 진실이 국민들에게 잘 전달된다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만한 사건이 많은데, 사건의 성격과 의미를 전달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예산과 인력이 보완돼야 하는데 이명박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과거사 위원회를 무리하게 통폐합해서 축소하려는 것은 굉장히 어리석은 일이다. 국가의 미래를 보면 위원회에 지출되는 예산은 그리 크지 않다. 보상비를 제외하고는 몇 백억 원이다. 몇 백억 원이 가져올 수 있는 사회적 효과는 지출비용의 10배가 넘을 것이다. 군경에 대한 불만과 쌓인 한을 풀어줌으로써 국가에 대한 불신감을 줄이고, 군경에 대한 신뢰를 높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투자인데, 결국 이데올로기적인 이유와 정치적인 이유로 없애려고 하거나 빨리 마무리 지으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국제적으로도 과거사 정리는 일본 등 이웃 국가와의 관계에서 당당한 입지를 취하고, 인권 국가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길이다. 그것을 스스로 포기함으로써 한국정부는 하고 싶은 말도 못하게 된다. 국제적 위상을 깍아 내리게 될 것이다.
-화해까지가 위원회의 임무라고 밝혔다. 보상문제 등 진실규명 이후 과제들과의 연결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우리 사건은 아니지만 인권침해 사건은 법원 재심을 통해 재판을 다시 받게 된다. 유해발굴을 통해 유해를 안치하고 위령사업을 하고, 보상 등은 유족들이 개별 소송을 할 수 있다. 특별법을 만들어 일괄적으로 처리 할 수도 있지만 거창사건에서 개별사건은 보상이 안 되는 것으로 판결이 났다. 이런 것들이 제기될 수 있다.
-향후 거취문제는 어떻게 되나
=내가 공무원도 아닌데 임기를 마친 후에는 학교로 돌아갈 것이다. 그 전에 이명박 대통령이 쫓아내면 어쩔 수 없다. 내년 12월에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새로운 위원장이 오게 되지 않겠나.(웃음) 그렇게 되더라도 임기가 끝날 때 까지는 맡은 일을 열심히 해 나갈 것이다.
우리나라 군경의 인권문제, 전쟁인권 침해문제 등 법을 어겼던 사례들이 공론의 장으로 떠오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사회가 제대로 되려면 과거가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는 것을 확인 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그 사회 수준이다. 이는 언론이 상당히 좌우한다. 한국 언론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 오히려 (과거사문제는) 외신에서 쳐주면 국내 언론에서 쫓아가는 방식이다. 앞으로 지식인들이나 언론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 ©월간 말
- 기사입력: 2008-06-30 18:34:02
- 최종편집: 2008-07-02 11:4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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