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산업 깨끗해 보이지만, 위험 상존해요”

[월간말]반도체산업 노동자 건강 지킴이 ‘반올림’ 공유정옥 활동가

글=윤보중 기자·사진=전문수 기자

+ 글자크게 - 글자작게 글자 크기

공유정옥 활동가
  • "일을 하는 이유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이지 고통스러운 병에 걸리기 위함이 아닙니다"
  • 사진 더 보기
첨단 산업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청결하고 위생적인 환경과 자동화된 공정 시스템을 떠올리기 쉽다. 하얀 마스크와 방진복을 뒤집어 쓴 노동자는 고가의 첨단 장비를 이용해 인간이 다루기 힘든 미세한 기계 회로를 제작한다. 기계는 이제 노동력만이 아니라 창의력까지도 제공해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하지만, 이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4년째 활동해 온 공유정옥 상임활동가는 첨단기술과 대량 생산체제가 만들어 낸, 노동자의 비극에 대해 말한다.
“반도체 산업은 일단 깨끗해 보이고 작업 또한 수월해 보입니다. 위생적인 클린 룸과 자동화된 기계들이 떠오르죠. 하지만, 그것은 제품을 위한 조건일 뿐입니다. 그 안에서 사용되는 유기용제들은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을 뿜어냅니다. 약간의 노출만으로도 직접 흡입하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미지수죠. 방사선 노출과 같은 위험도 상존하구요.”
그는 반도체 산업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노동자로서의 인권을 되찾기 위한 모임인 반올림(SHARPs=Supporters for Health And Right of People in Semiconductor industry)에 참여하고 있다. 본래 산업의학을 전공했던 그는 철거촌과 공장을 돌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의료를 꿈꿨다. 그러던 중 노동자건강사업단 활동을 하면서 노동운동과 의학의 영역을 접목시키게 됐고, 이것을 계기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활동하게 됐다.
“황유미 씨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매우 놀랐죠. 예전에 보던 책들을 뒤져봤을 정도니까요. 반도체 산업에서 많은 화학물질을 쓰고 있기 때문에 그의 죽음이 산재인지 아닌지 논란이 됩니다. 문제는 이에 대한 기존의 지식이 매우 얕다는 거예요.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나, 그 위험의 존재를 모른다는 것. 혹은 그것을 고의적으로 은폐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 노동자들에게 이것은 치명적입니다. 그들이 일을 하는 이유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이지 기업가의 배를 채우기 위해 고통스러운 병에 걸리는 것이 아니거든요.”
반도체 산업이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아시아보다 선진적인 서구의 국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다양한 징후들이 포착되어 법적 공방이나 사회운동으로 발전한 상태다.
“IBM 사례는 피해자들이 보상 문제를 두고 소송을 벌인 경우이고, 영국의 그리녹 공장 사례를 보면 피해자들이 모임을 만들어 정부 정책을 변화시키는 활동을 벌였죠. 한국에서는 겨우 4명이 산재신청을 한 것 뿐이지만.”
후기 산업사회의 직업병은 발병의 징후가 복잡해지고, 원인을 제공한 물질이 기업의 보안 목록에 올라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1세계에서 3세계로의 기술 이전이 빨라지면서 기술의 폐해가 채 드러나지 않은 채로 시스템이 확산되는 위험이 존재한다. 그는 기술진보가 “인간의 노동력과 생명을 축내는 영혼 없는 기계들의 잔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윤보다 생명이 소중하다. 그게 메시지라고 생각해요. 반도체 산업이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이런 식으로 둘러대며 발전하는 것이 옳은가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왜 죽었는지도 모른 채로? 어쩌면 우리는 너무 많은 반도체를 소비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편리만이 으뜸인냥 칭송하지만, 그로 인해 오염이 증가하고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다면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컨텐트 링크

민중의소리를 후원하시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십시오.

컨텐트 링크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기사에 달린 댓글을 불러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