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의 희망 ‘주민소환제’ 한나라당 무력화 시도 말아야
풀뿌리 민주주의의 승리로 일컬어지는 ‘주민소환제’가 시행된 지 1년 남짓 되었다. 지난 1년 동안 전국적으로 주민소환투표를 시도한 곳은 10여 곳이 되나 주민소환투표를 진행한 곳은 경기도 하남시가 유일하다. 작년 12월12일, 김황식 시장과 3명의 시의원을 대상으로 소환투표를 실시하여 2명의 시의원은 소환을 시키고 시장과 시의원 1인 등 2명은 투표율 미달로 소환에 실패했다. 전국 최초로 실시된 주민소환투표를 통해 주민소환제의 의미와 개선점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하남시의 갈등은 광역화장장 유치를 둘러싸고 발생했다. 매개가 광역화장장이다보니 주변에서 지역이기주의, 님비로 왜곡된 측면이 많이 있었고, 주민소환을 실시한 것을 두고도 집단이기주의에 의한 주민소환제 남용의 사례로 호도하고 있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하남시민을 위한 화장장 설치를 반대하지 않았다. 경기도민과 서울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국최대규모의 광역화장장 설치를 반대하였다. 그것도 주민들과 사전에 협의를 하거나 민주적 의견수렴과정 없이 일방적이고 독선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반대하였다.
2006년 7월1일 취임한 김황식 시장은 8월25일 ‘광역화장장유치건의문’을 하남시민은 고사하고 시의회에도 보고하지 않은 채 비밀리에 경기도에 접수시켰다. 그리곤 10월16일 시의회와 언론에 일방적으로 선포하고 ‘맞아 죽어도 유치하겠다.’ ‘시장직을 걸고 추진하겠다.’ ‘반대하는 쪽에서 삭발하면 나도 삭발하겠다.’는 망발을 하며 호기를 부렸다. 그리고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향해 ‘정치적 배후가 있다.’느니 ‘불순한 세력의 선동’이니, ‘하남시민은 아마존 원주민 같다.’느니 하며 시민을 비하하고 자신만이 최선이라는 오만하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일관하였다. 그리고 70%이상 대다수 시민이 반대하는 광역화장장을 일방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시민들에 대한 온갖 탄압과 공권력을 악용하는 군사독재정권 시대를 방불케하는 독선행정을 일삼았다.
대표적인 사례를 들어보겠다. 시행정은 마비될 정도로 방치시킨 채 화장장홍보활동에 공무원을 강제 동원하였다. 출근 전 1시간여 동안과 퇴근 후 1시간여 동안 거리홍보활동을 시켰다. 조를 짜서 지정된 장소에서 어깨띠를 두르고 선전판을 설치하고 전단지를 배포하였다. 심지어는 낮 근무시간에 화장장홍보활동을 한 실적을 일일보고하게 하였고, 거주하는 아파트별로 조를 짜서 업무시간에 세대별로 홍보전단지를 배포하게 하였으며 공무원 1인당 50명의 명단을 제출하게 했다. 실제로 공무원 본연의 일상 업무는 뒷전으로 밀리고 화장장과 관련된 업무를 중심으로 활동, 보고하게 하고 실적을 평가하였기에 행정공백에 따른 시민들의 불만이 엄청나게 증폭되기도 하였다. 지난 1년 6개월여 동안 하남시에는 민생은 없고 광역화장장을 둘러싼 갈등과 혼란이 지배하게 되었다.
현수막 게시에 따른 과태료 부과액이 1억 원이 넘었다. 하남시 지정 현수막 게시대에는 시정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화장장반대 내용의 현수막 게시를 불허했다. 그리고 거리는 말할 것도 없고 아파트 단지 내에 부착한 현수막에 대해서도 광고물법을 적용하여 강제 철거했다. 대낮에 공무원들이 몰려다니며 칼과 낫을 들고 닥치는 대로 현수막을 갈가리 찢고 회수해가곤 했다. 이에 항의하는 시민들을 녹취하고 촬영을 하여 공무집행방해로 경찰에 고소했다. 어쩔 수 없이 철거를 피하기 위해 건물 높은 곳에 부착한 현수막에 대해, 크레인을 동원하여 행정대집행을 하기도 했으며 이것도 여의치 않자 과태료를 지속적으로 부과하여 그 합계가 100여건, 1억여 원에 달하게 됐다. 그 외에도 수많은 고소 고발과 행정적인 불이익 등 시민들이 겪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갈등의 출발은 광역화장장유치였으나 시장의 자질과 소양의 문제로 본질이 이동하였고 하남시민 대표로서의 신뢰와 인정을 시민들로부터 상실하게 되었다. 이런 일련의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은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공권력을 앞세워 파행행정, 오만과 독선행정으로 일관한 김황식 시장의 시정철학에 있었다는 것을 하남시민 대다수가 확인하고 체험하게 됐다.
희망의 등불, 주민소환제
하남시민들 대부분은 김황식 시장 개인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소위 말하는 ‘낙하산 공천’으로 하남에 안착한 정치인이기에 잘 알 수가 없었지만 한나라당 공천을 받았기에 당시 정치 지형상 압도적 지지로 시장에 당선될 수 있었다. 그러나 불과 몇 달을 겪으며 대다수 시민들은 ‘우리가 잘못 뽑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잘못 뽑은 시장에 의해 하남시가 너무나 큰 혼란에 빠지고 시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되고 불필요한 곳에 재정과 에너지가 낭비되는 현실에 직면하여서야 후회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주장을 하여도 ‘먹통’이었고, 시장이 외면하면 그만이었다. 그에 격분하여 감정적인 행동을 하게 되면 공무집행방해니 폭행이니 하면서 시민들만 불이익을 받았다.
한마디로 울분은 터지나 어쩔 수 없는 무기력한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었다. 고작해야 현 시장의 임기가 빨리 끝나고 다음 선거에는 절대로 찍어주지 않겠다는 다짐 정도였으나 워낙 임기 초반인지라 이것은 위안거리가 되지도 않았다. 결국 기다림은 막연하고,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과격한 행동을 통한 ‘속전속결’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수많은 지자체에서 주민들의 저항이 폭력성과 과격성을 띠었던 이유를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그 때, 하남시민들에게 희망으로 다가온 것이 주민소환제였다. 우리가 뽑은 시장과 시의원이기에 우리 손으로 언제든지 심판할 수 있는 주민소환제가 시행될 예정이라는 소식은 하남시민들에게 희망의 불을 지펴주었다. 출로를 몰라 표류하던 시민들에게 갈 길을 밝혀주는 희망의 등대였다. 한편으로 얘기하면 부안이나 여타의 지역처럼 폭력적으로 돌변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나타난 것이었다.
주민소환제 무력화 시도
주민소환제가 정착도 되기 전에 주민소환제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시도는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과 임인배 의원이 각각 제출한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며 전국 시장·군·구청장 협의회와 전국 시·군·의회의장 협의회에서는 주민소환제 시행에 강력히 반발하며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전국 시장 군수 구청장 2백여 명과 함께 한 자리에서 주민소환제 개정을 언급하며 개악할 뜻을 밝혔다. 현재 한나라당은 주민소환제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순수성과 객관성을 상실했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이미 한나라당은 2004년 총선 당시 주민소환제를 공약으로 천명했고, 이후 2006년에도 TV토론이나 시민단체 간담회에서 한나라당 지도부가 수차례에 걸쳐 공개적으로 주민소환제를 찬성하는 발언을 했었다. 그러나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도적으로 당선되면서 주민소환법에 의한 ‘희생자’가 될 것이 우려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고, 결국 정치논리로 주민소환법에 대한 악의적인 흠집 내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한나라당이 갖는 보수성으로 인해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지 못하는 통치스타일과 개개인의 자질 등도 정서적 거부감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은 주민소환법이 남용되는 것을 우려하기보다는 오히려 박제화 되는 것을 우려해야 할 상황인 것 같다. 작년 7월 이후 약 1년 동안 전국적으로 주민소환을 시작한 곳은 10여 곳에 이르고 있다. 법이 시행될 당시에는 많은 지역에서 주민소환을 천명하였으나 최근에는 주민소환을 추진하겠다는 지역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왜일까? 요건이 너무 까다롭고 엄격하여 현실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주민소환투표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해당지역 유권자 중 광역단체장은 10% 이상, 기초단체장은 15% 이상, 지방의원은 20%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지금까지 이 서명요건을 충족시킨 곳은 하남시가 유일하며 나머지 지역은 서명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중도하차한 곳이 대부분이다. 자기 지역 단체장이나 의원의 소환을 위해 자신의 주민번호를 적고 서명날인까지 하는 것은 일반인들이 쉽게 동의하기 힘든 부분이다. 더군다나 서명부가 정보공개법에 의해 공개되는 상황에서 개인적·사회적 보복을 감수하며 서명에 참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정정당의 정치적 논리에 의해 소환을 추진할 경우 일반인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은 더욱 불가능하다. 또한 소요되는 재정을 소환투표청구인대표 개인이 전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문제나 소환운동에 소요되는 인력 등 각종 상황이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소환을 추진하다가 소환에 실패했을 경우, 소환추진세력이나 개인들이 겪게 될 정치적 타격이나 불이익은 감당하기 힘든 상황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하기에 주민소환을 주장하다가도 막상 실행을 앞두면 주저하게 되는 게 현실인 것이다.
단언컨대, 주민소환제 남용은 우려할 것이 못된다. 오히려 요건이 너무 엄격하여 엄두도 내지 못하는 박제화 된 법으로 전락할 것이 우려된다고 보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
대의민주주의 결함 보완할 장치
주민소환제는 역사적 유래가 깊은 직접민주제의 하나다. 서양은 기원전(BC) 6세기 잘못을 저지른 공직자 이름을 도자기 조각에 써 투표했던 고대 아테네의 ‘도편(陶片)추방제’에서 그 출발점을 찾는다. 동양은 ‘아무리 군주라 하더라도 민의를 배반한 통치자는 바꿀 수 있다’는 맹자의 역성(易姓) 혁명론이 출발이다. 우리나라의 다산 정약용도 저서 ‘탕론’에서 유사한 주장을 펴고 있다.
현재 민주주의를 잘 운영하는 선진국 대부분은 오랜 역사의 주민소환제를 갖고 있다. 직접 민주제가 발달한 스위스는 물론이고, 영국·미국·독일·일본 등 선진국들은 모두 공직자에 대한 주민소환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이를 적절히 활용해 독재와 부패에 대응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1903년 캘리포니아 주가 최초로 주민소환제를 채택했다. 주민소환투표로 쫓겨난 주지사로는 2003년 10월 7일 해직된 캘리포니아 주의 데이비스 지사가 유명하다. 그는 방대한 재정적자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때, 주민투표와 동시에 실시된 보궐선거에서 영화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주지사로 당선됐다.
일본도 주민에게 지방의회 해산청구, 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해직청구, 주요 공무원 해직청구 등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1947년 이후 현재까지 약 200여 건의 해직청구가 이뤄졌는데, 그중 80여 건이 해직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오늘날 주민소환제가 시행되는 각국 사례를 보더라도 주민소환제는 역사적으로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해 온 제도임을 알 수 있다. 오늘날 세계적 보편 현상이 되고 있는 주민소환제는 간접민주주의의 결함을 보완하기 위한 수단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즉, 직접민주제의 하나인 주민소환은 선출직 공직자의 권한 남용을 방지하고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효용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주민소환제의 정착을 위해
현재 주민소환법 개정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주장요지는 주민소환투표의 청구사유를 제한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청구사유를 불법·위법행위로 한정하자는 것인데 이는 이미 선거법을 비롯한 현행법으로 감시받고 있는 상황이며, 오히려 위법인지 아닌지를 놓고 또다시 법원으로 가야하는 혼란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따라서 청구사유를 제약하는 등의 개정은 주민소환법을 무력화시키려는 불순한 의도에 다름 아니다. 공직자를 선출할 때 사유를 제한하지 않고 투표하듯이 소환 또한 사유를 제한하지 않고 투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오히려 너무 엄격한 요건을 완화하고 실효성 있는 개정을 위한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를 법제화해야 한다.
현재 직선공직자 중에서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소환대상이 아니다. 현재 대통령은 국회에 탄핵권이 있고 국회의원소환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형평성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그들이 갖는 막강한 권한에 대한 책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국민에게 직접소환권을 갖게 해야 한다.
서명 및 투표요건을 완화하여야 한다.
현재 10~20%의 서명과 3분의1 이상의 투표참여가 있을 때 소환투표가 유효하게 된다. 갈수록 투표율이 낮아져 재·보궐선거의 경우에는 20~30%정도가 일반적인 투표율임에도 불구하고 3분의1 이상의 투표율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현실성을 갖기 어렵다. 더군다나 하남시장의 경우처럼 ‘투표불참’, ‘투표거부’를 공식적으로 주장하며 투표참여를 방해할 경우 공무원, 자영업자, 관변유관단체 및 인사들은 투표참여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소환에 찬성하는 사람들만 투표에 참여하는 사실상 공개투표가 이루어지는 조건에서 서명 요건을 높이는 한이 있더라도 투표율에 대한 요건을 완화시키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실성 없는 각종 사항을 개정, 보완하여야한다.
주민소환투표는 재·보궐선거와 같이 평일에 치러지며 이에 준하여 투표요건이 적용된다. 그러나 부재자투표에 대해서는 같은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재·보궐선거 및 주민투표는 부재자투표신고에 제한이 없으나 주민소환투표는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또한, 부재자신고 및 각종 선거관련 업무를 지방공무원이 담당하고 있다. 하남에서처럼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업무를 하남시청 공무원이 담당하는데 중립성이 보장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여타의 공직선거에 비해 너무나 제한적인 사항(선거비용을 청구인대표 개인이 전부 부담하는 문제, 선거대책본부를 구성하지 못하는 문제, 선거운동원을 두지 못하는 문제, 공보물을 비롯한 홍보의 문제)들로 인해 실제로 선거운동에 엄청난 제한과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2차에 걸친 주민소환투표(1차는 선관위 서명양식에 대한 법원의 무효판결로 선거운동 도중 투표를 1주일 앞두고 중단된 바 있음)를 통해 국내 처음으로 하남 시의원 두 명을 해임시켰다.
핵심 소환대상자였던 김황식 시장은 투표율이 전체 유권자의 3분의1에 2% 모자라(투표율31.1%) 투표가 무효로 처리됨으로써 시장직을 유지했다. 김황식 시장을 소환시키지 못한 아쉬움이 크지만, 국가적으로는 선출직 공직자에 대해 주민이 직접 소환권을 행사하는 풀뿌리 직접민주주의를 실험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소환을 둘러싼 논란과 공방으로 일부 행정 공백과 주민 사이 갈등이 있긴 했다. 그러나 ‘우리가 잘못 뽑은 것’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하남시민에게 주었고 하남시민들은 정치적 무력감과 공직자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고, 정치에 관심과 참여를 높이는 계기를 갖게 되었다. 뒤이은 하남지역의 한나라당 후보 낙선이라는 총선결과가 이것을 입증해 주고 있다.
한 가지 분명히 할 것은 주민소환제를 도입한 것은 대부분의 지방정치인이 무능하고 부패하기 때문이 아니라, 일부의 부적격 지방정치인을 주민의 힘으로 퇴출시켜 지방정치를 정화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는 점이다. 어렵게 도입한 주민소환제도가 우리의 지방정치를 진일보시키는 제도로 자리 잡도록 모두가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주민이 주권자로서 확보한 권리를 제약하려 들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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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뿌리 민주주의 승리로 일컬어지는 주민소환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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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시의 갈등은 광역화장장 유치를 둘러싸고 발생했다. 매개가 광역화장장이다보니 주변에서 지역이기주의, 님비로 왜곡된 측면이 많이 있었고, 주민소환을 실시한 것을 두고도 집단이기주의에 의한 주민소환제 남용의 사례로 호도하고 있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하남시민을 위한 화장장 설치를 반대하지 않았다. 경기도민과 서울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국최대규모의 광역화장장 설치를 반대하였다. 그것도 주민들과 사전에 협의를 하거나 민주적 의견수렴과정 없이 일방적이고 독선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반대하였다.
2006년 7월1일 취임한 김황식 시장은 8월25일 ‘광역화장장유치건의문’을 하남시민은 고사하고 시의회에도 보고하지 않은 채 비밀리에 경기도에 접수시켰다. 그리곤 10월16일 시의회와 언론에 일방적으로 선포하고 ‘맞아 죽어도 유치하겠다.’ ‘시장직을 걸고 추진하겠다.’ ‘반대하는 쪽에서 삭발하면 나도 삭발하겠다.’는 망발을 하며 호기를 부렸다. 그리고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향해 ‘정치적 배후가 있다.’느니 ‘불순한 세력의 선동’이니, ‘하남시민은 아마존 원주민 같다.’느니 하며 시민을 비하하고 자신만이 최선이라는 오만하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일관하였다. 그리고 70%이상 대다수 시민이 반대하는 광역화장장을 일방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시민들에 대한 온갖 탄압과 공권력을 악용하는 군사독재정권 시대를 방불케하는 독선행정을 일삼았다.
대표적인 사례를 들어보겠다. 시행정은 마비될 정도로 방치시킨 채 화장장홍보활동에 공무원을 강제 동원하였다. 출근 전 1시간여 동안과 퇴근 후 1시간여 동안 거리홍보활동을 시켰다. 조를 짜서 지정된 장소에서 어깨띠를 두르고 선전판을 설치하고 전단지를 배포하였다. 심지어는 낮 근무시간에 화장장홍보활동을 한 실적을 일일보고하게 하였고, 거주하는 아파트별로 조를 짜서 업무시간에 세대별로 홍보전단지를 배포하게 하였으며 공무원 1인당 50명의 명단을 제출하게 했다. 실제로 공무원 본연의 일상 업무는 뒷전으로 밀리고 화장장과 관련된 업무를 중심으로 활동, 보고하게 하고 실적을 평가하였기에 행정공백에 따른 시민들의 불만이 엄청나게 증폭되기도 하였다. 지난 1년 6개월여 동안 하남시에는 민생은 없고 광역화장장을 둘러싼 갈등과 혼란이 지배하게 되었다.
현수막 게시에 따른 과태료 부과액이 1억 원이 넘었다. 하남시 지정 현수막 게시대에는 시정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화장장반대 내용의 현수막 게시를 불허했다. 그리고 거리는 말할 것도 없고 아파트 단지 내에 부착한 현수막에 대해서도 광고물법을 적용하여 강제 철거했다. 대낮에 공무원들이 몰려다니며 칼과 낫을 들고 닥치는 대로 현수막을 갈가리 찢고 회수해가곤 했다. 이에 항의하는 시민들을 녹취하고 촬영을 하여 공무집행방해로 경찰에 고소했다. 어쩔 수 없이 철거를 피하기 위해 건물 높은 곳에 부착한 현수막에 대해, 크레인을 동원하여 행정대집행을 하기도 했으며 이것도 여의치 않자 과태료를 지속적으로 부과하여 그 합계가 100여건, 1억여 원에 달하게 됐다. 그 외에도 수많은 고소 고발과 행정적인 불이익 등 시민들이 겪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갈등의 출발은 광역화장장유치였으나 시장의 자질과 소양의 문제로 본질이 이동하였고 하남시민 대표로서의 신뢰와 인정을 시민들로부터 상실하게 되었다. 이런 일련의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은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공권력을 앞세워 파행행정, 오만과 독선행정으로 일관한 김황식 시장의 시정철학에 있었다는 것을 하남시민 대다수가 확인하고 체험하게 됐다.
희망의 등불, 주민소환제
하남시민들 대부분은 김황식 시장 개인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소위 말하는 ‘낙하산 공천’으로 하남에 안착한 정치인이기에 잘 알 수가 없었지만 한나라당 공천을 받았기에 당시 정치 지형상 압도적 지지로 시장에 당선될 수 있었다. 그러나 불과 몇 달을 겪으며 대다수 시민들은 ‘우리가 잘못 뽑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잘못 뽑은 시장에 의해 하남시가 너무나 큰 혼란에 빠지고 시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되고 불필요한 곳에 재정과 에너지가 낭비되는 현실에 직면하여서야 후회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주장을 하여도 ‘먹통’이었고, 시장이 외면하면 그만이었다. 그에 격분하여 감정적인 행동을 하게 되면 공무집행방해니 폭행이니 하면서 시민들만 불이익을 받았다.
한마디로 울분은 터지나 어쩔 수 없는 무기력한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었다. 고작해야 현 시장의 임기가 빨리 끝나고 다음 선거에는 절대로 찍어주지 않겠다는 다짐 정도였으나 워낙 임기 초반인지라 이것은 위안거리가 되지도 않았다. 결국 기다림은 막연하고,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과격한 행동을 통한 ‘속전속결’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수많은 지자체에서 주민들의 저항이 폭력성과 과격성을 띠었던 이유를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그 때, 하남시민들에게 희망으로 다가온 것이 주민소환제였다. 우리가 뽑은 시장과 시의원이기에 우리 손으로 언제든지 심판할 수 있는 주민소환제가 시행될 예정이라는 소식은 하남시민들에게 희망의 불을 지펴주었다. 출로를 몰라 표류하던 시민들에게 갈 길을 밝혀주는 희망의 등대였다. 한편으로 얘기하면 부안이나 여타의 지역처럼 폭력적으로 돌변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나타난 것이었다.
주민소환제 무력화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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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황식 하남시장은 투표율이 2% 모자라 시장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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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소환제가 정착도 되기 전에 주민소환제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시도는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과 임인배 의원이 각각 제출한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며 전국 시장·군·구청장 협의회와 전국 시·군·의회의장 협의회에서는 주민소환제 시행에 강력히 반발하며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전국 시장 군수 구청장 2백여 명과 함께 한 자리에서 주민소환제 개정을 언급하며 개악할 뜻을 밝혔다. 현재 한나라당은 주민소환제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순수성과 객관성을 상실했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이미 한나라당은 2004년 총선 당시 주민소환제를 공약으로 천명했고, 이후 2006년에도 TV토론이나 시민단체 간담회에서 한나라당 지도부가 수차례에 걸쳐 공개적으로 주민소환제를 찬성하는 발언을 했었다. 그러나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도적으로 당선되면서 주민소환법에 의한 ‘희생자’가 될 것이 우려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고, 결국 정치논리로 주민소환법에 대한 악의적인 흠집 내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한나라당이 갖는 보수성으로 인해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지 못하는 통치스타일과 개개인의 자질 등도 정서적 거부감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은 주민소환법이 남용되는 것을 우려하기보다는 오히려 박제화 되는 것을 우려해야 할 상황인 것 같다. 작년 7월 이후 약 1년 동안 전국적으로 주민소환을 시작한 곳은 10여 곳에 이르고 있다. 법이 시행될 당시에는 많은 지역에서 주민소환을 천명하였으나 최근에는 주민소환을 추진하겠다는 지역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왜일까? 요건이 너무 까다롭고 엄격하여 현실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주민소환투표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해당지역 유권자 중 광역단체장은 10% 이상, 기초단체장은 15% 이상, 지방의원은 20%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지금까지 이 서명요건을 충족시킨 곳은 하남시가 유일하며 나머지 지역은 서명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중도하차한 곳이 대부분이다. 자기 지역 단체장이나 의원의 소환을 위해 자신의 주민번호를 적고 서명날인까지 하는 것은 일반인들이 쉽게 동의하기 힘든 부분이다. 더군다나 서명부가 정보공개법에 의해 공개되는 상황에서 개인적·사회적 보복을 감수하며 서명에 참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정정당의 정치적 논리에 의해 소환을 추진할 경우 일반인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은 더욱 불가능하다. 또한 소요되는 재정을 소환투표청구인대표 개인이 전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문제나 소환운동에 소요되는 인력 등 각종 상황이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소환을 추진하다가 소환에 실패했을 경우, 소환추진세력이나 개인들이 겪게 될 정치적 타격이나 불이익은 감당하기 힘든 상황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하기에 주민소환을 주장하다가도 막상 실행을 앞두면 주저하게 되는 게 현실인 것이다.
단언컨대, 주민소환제 남용은 우려할 것이 못된다. 오히려 요건이 너무 엄격하여 엄두도 내지 못하는 박제화 된 법으로 전락할 것이 우려된다고 보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
대의민주주의 결함 보완할 장치
주민소환제는 역사적 유래가 깊은 직접민주제의 하나다. 서양은 기원전(BC) 6세기 잘못을 저지른 공직자 이름을 도자기 조각에 써 투표했던 고대 아테네의 ‘도편(陶片)추방제’에서 그 출발점을 찾는다. 동양은 ‘아무리 군주라 하더라도 민의를 배반한 통치자는 바꿀 수 있다’는 맹자의 역성(易姓) 혁명론이 출발이다. 우리나라의 다산 정약용도 저서 ‘탕론’에서 유사한 주장을 펴고 있다.
현재 민주주의를 잘 운영하는 선진국 대부분은 오랜 역사의 주민소환제를 갖고 있다. 직접 민주제가 발달한 스위스는 물론이고, 영국·미국·독일·일본 등 선진국들은 모두 공직자에 대한 주민소환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이를 적절히 활용해 독재와 부패에 대응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1903년 캘리포니아 주가 최초로 주민소환제를 채택했다. 주민소환투표로 쫓겨난 주지사로는 2003년 10월 7일 해직된 캘리포니아 주의 데이비스 지사가 유명하다. 그는 방대한 재정적자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때, 주민투표와 동시에 실시된 보궐선거에서 영화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주지사로 당선됐다.
일본도 주민에게 지방의회 해산청구, 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해직청구, 주요 공무원 해직청구 등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1947년 이후 현재까지 약 200여 건의 해직청구가 이뤄졌는데, 그중 80여 건이 해직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오늘날 주민소환제가 시행되는 각국 사례를 보더라도 주민소환제는 역사적으로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해 온 제도임을 알 수 있다. 오늘날 세계적 보편 현상이 되고 있는 주민소환제는 간접민주주의의 결함을 보완하기 위한 수단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즉, 직접민주제의 하나인 주민소환은 선출직 공직자의 권한 남용을 방지하고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효용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주민소환제의 정착을 위해
현재 주민소환법 개정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주장요지는 주민소환투표의 청구사유를 제한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청구사유를 불법·위법행위로 한정하자는 것인데 이는 이미 선거법을 비롯한 현행법으로 감시받고 있는 상황이며, 오히려 위법인지 아닌지를 놓고 또다시 법원으로 가야하는 혼란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따라서 청구사유를 제약하는 등의 개정은 주민소환법을 무력화시키려는 불순한 의도에 다름 아니다. 공직자를 선출할 때 사유를 제한하지 않고 투표하듯이 소환 또한 사유를 제한하지 않고 투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오히려 너무 엄격한 요건을 완화하고 실효성 있는 개정을 위한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를 법제화해야 한다.
현재 직선공직자 중에서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소환대상이 아니다. 현재 대통령은 국회에 탄핵권이 있고 국회의원소환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형평성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그들이 갖는 막강한 권한에 대한 책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국민에게 직접소환권을 갖게 해야 한다.
서명 및 투표요건을 완화하여야 한다.
현재 10~20%의 서명과 3분의1 이상의 투표참여가 있을 때 소환투표가 유효하게 된다. 갈수록 투표율이 낮아져 재·보궐선거의 경우에는 20~30%정도가 일반적인 투표율임에도 불구하고 3분의1 이상의 투표율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현실성을 갖기 어렵다. 더군다나 하남시장의 경우처럼 ‘투표불참’, ‘투표거부’를 공식적으로 주장하며 투표참여를 방해할 경우 공무원, 자영업자, 관변유관단체 및 인사들은 투표참여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소환에 찬성하는 사람들만 투표에 참여하는 사실상 공개투표가 이루어지는 조건에서 서명 요건을 높이는 한이 있더라도 투표율에 대한 요건을 완화시키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실성 없는 각종 사항을 개정, 보완하여야한다.
주민소환투표는 재·보궐선거와 같이 평일에 치러지며 이에 준하여 투표요건이 적용된다. 그러나 부재자투표에 대해서는 같은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재·보궐선거 및 주민투표는 부재자투표신고에 제한이 없으나 주민소환투표는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또한, 부재자신고 및 각종 선거관련 업무를 지방공무원이 담당하고 있다. 하남에서처럼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업무를 하남시청 공무원이 담당하는데 중립성이 보장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여타의 공직선거에 비해 너무나 제한적인 사항(선거비용을 청구인대표 개인이 전부 부담하는 문제, 선거대책본부를 구성하지 못하는 문제, 선거운동원을 두지 못하는 문제, 공보물을 비롯한 홍보의 문제)들로 인해 실제로 선거운동에 엄청난 제한과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2차에 걸친 주민소환투표(1차는 선관위 서명양식에 대한 법원의 무효판결로 선거운동 도중 투표를 1주일 앞두고 중단된 바 있음)를 통해 국내 처음으로 하남 시의원 두 명을 해임시켰다.
핵심 소환대상자였던 김황식 시장은 투표율이 전체 유권자의 3분의1에 2% 모자라(투표율31.1%) 투표가 무효로 처리됨으로써 시장직을 유지했다. 김황식 시장을 소환시키지 못한 아쉬움이 크지만, 국가적으로는 선출직 공직자에 대해 주민이 직접 소환권을 행사하는 풀뿌리 직접민주주의를 실험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소환을 둘러싼 논란과 공방으로 일부 행정 공백과 주민 사이 갈등이 있긴 했다. 그러나 ‘우리가 잘못 뽑은 것’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하남시민에게 주었고 하남시민들은 정치적 무력감과 공직자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고, 정치에 관심과 참여를 높이는 계기를 갖게 되었다. 뒤이은 하남지역의 한나라당 후보 낙선이라는 총선결과가 이것을 입증해 주고 있다.
한 가지 분명히 할 것은 주민소환제를 도입한 것은 대부분의 지방정치인이 무능하고 부패하기 때문이 아니라, 일부의 부적격 지방정치인을 주민의 힘으로 퇴출시켜 지방정치를 정화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는 점이다. 어렵게 도입한 주민소환제도가 우리의 지방정치를 진일보시키는 제도로 자리 잡도록 모두가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주민이 주권자로서 확보한 권리를 제약하려 들지 말기를 바란다.
- ©월간 말
- 기사입력: 2008-07-01 17:56:07
- 최종편집: 2008-07-01 20: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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