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대책서도 배제된 건설기계 노동자들
치솟는 기름값 때문에 생업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유가 상승의 원인을 일시적인 수급불균형이 아닌, 석유자원의 유한성에서 찾고 있다. ‘시추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경질유의 경우 이미 생산정점을 지났다'는 것이다. 국제유가(서부텍사스산 중질유 기준)는 6월 12일 현재 136달러로 2차 오일쇼크 당시의 최고기록 104달러(물가상승분 반영)를 넘어서고 있다.
유가 상승은 석유에 의존하는 경제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만, 특히 서민들은 피부로 그 고통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서민들과 밀접한 경유 가격의 상승세는 더욱 가파르다. 경유를 사용하는 덤프나 화물 같은 건설·운수분야의 노동자들이 잇따라 파업에 들어간 이유는 말 그대로 ‘생존’권 때문이다.
지난 6월 11일 인천 영종도의 ‘하늘도시’를 찾아간 날, 이 곳에서 일하는 올해 60세의 덤프트럭 노동자 손 모씨가 이날 새벽 음독자살을 시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손씨는 다행히 복용한 약물이 많지 않고 가족들에게서 일찍 발견되어 얼마 후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
앞서 5월 29일에는 광명시에서 한 덤프트럭 노동자가 치솟는 유가와 생활고를 비관해 차량과 함께 분신을 시도했던 일이 있었다. 덤프트럭 노동자들의 자살기도는 수년동안 끊이지 않는 뉴스다.
인천지역에서 노조 부지부장을 맡고 있는 박상옥 씨는 16년째 덤프트럭을 몰고 있는 베테랑이다. 일거리가 많았던 지난 3월 그가 올린 수입은 50만원, 2월달에는 단 30만원이었다. 계절실업과 일자리 부족으로 덤프노동자들은 한달 평균 열흘에서 15일 가량을 일한다. 처음 그의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280만원. 그러나 기름값 160만원(최근 유가폭등 전의 수치)과 중기알선료, 어음할인료, 수리 및 부품비, 보험료, 타이어와 엔진오일 등 소모품에 들어가는 비용을 모두 제외하고 나면 주머니에 남는 돈은 3-40만원에 불과하다.
박씨는 13년전 4천만원을 주고 트럭을 샀다.
“95년식 차량인데 이걸로 애들 교육은 다 시켰지. 집사람도 지들도 돕고해서 학교는 보냈어. 당시에는 하루에 13-4만원 벌었으니까 지금에 대면 천문학적 숫자야. 1만원이면 막걸리 실컷 먹던 때니까 ”
그는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라고 한다. 그럴 수도 있다. 요즈음 시세로 1억이 훌쩍 넘는 트럭을 사고 다달이 백만원 돈을 할부로 내야하는 노동자들은 까맣게 타들어가는 속을 달랠 길이 없다. 두달전엔 나이 마흔도 안 된 덤프운전사가 음독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할부금이 밀린 차량을 회사로부터 견인당한 직후였다.
“할부값을 못낼 정도면 집에서 한바탕 했을테고 차마저 끌고 가버리니 ‘이것도 저것도 끝이다’ 이러고 약먹고 죽었지. 지금 새 차 하는 사람들은 죽는 사람들이야.”
건설사가 기름값을 댔다?
‘운이 좋은’ 박씨의 차량은 그러나 영종도 영종지구의 도로 한켠에 스무일 가까이 멈춰있다. 그 앞뒤로도 수십대의 덤프 차량들이 줄줄이 주인을 잃고 늘어서 있다. 움직여봐야 ‘정말로’ 적자만 늘어나는 까닭에 노동자들은 차를 세우기로 했다.
하늘도시에서 덤프와 굴삭기 운행이 멈춘 것은 지난 5월 23일부터다. 이들의 요구는 노동자들이 더는 감당할 수 없는 유류비를 건설회사가 지급하라는 것이다.
재미있게도 6월 8일 발표된 유가대책에서 건설기계가 제외된 것과 관련해 정부는 ‘건설공사의 경우 건설업체가 직접 기름을 제공하기 때문에 유가환급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영종도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요구는 처음부터 건설사가 유류비를 지급하라는 거였다. 건설기계를 대표하는 덤프노동자들의 조직인 덤프연대 측도 “건설현장에서 기름을 제공받아 본 덤프 노동자는 단 한명도 없다”며 “과연 국토해양부 말대로 건설사가 직접 기름값을 댔다면 노동자들이 길바닥에 나앉아 투쟁을 벌이겠는가?”라고 반박했다.
영종도 하늘도시의 부지공사 현장에서 파업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은 덤프와 굴삭기 그리고 불도저 등 건설기계 노동자 200여명,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 전부다. 이곳은 토지개발공사가 발주한 관급공사 현장으로 ‘유류지급은 절대 안된다’는 방침을 내세워 왔다.
덤프, 레미콘, 굴삭기, 불도저 등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유가대책에서도 제외됐다. 뿐만아니라 정부대책은 화물연대 등 운수 노동자들에게도 환영을 받지 못했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내놓은 ‘종합대책’은 유가환급과 보조금 등 일시적인 금전 지원인데, 결국 세금을 통해 불만을 달래보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이 종합대책에 포함되어 있는 화물 노동자들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시장의 구조와 제도를 바꿔내지 않으면 노동자들의 생존권은 항상 위협받을 수 밖에 없다”며 정부안을 거부했다.
유가환급이나 보조금이 임시방편조차 되지 못하는 이유는 덤핑을 유도하는 시장구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이 건설, 운수부문에서 공급이 일자리를 훨씬 초과하는 상황에서는 유가보조금이 화주와 물류자본, 알선업자들의 손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오희택 건설노조 선전국장은 “보조금은 운반단가를 낮추는 덤핑을 유도하게 되어 결국 자본의 몫”이라며 “표준임대차 계약서 체결과 운반단가 현실화, 정유사들에 대한 가격규제 등 실효성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덤프트럭을 모는 박상옥 씨도 “알선하는 다단계들이 자기 사무실에서 많이 해야 하니까 30(만원)이면, ‘우리가 29(만원에) 하겠다’ 이런 식으로 된다”고 지적했다.
유가는 10배, 운임은 그대로.. “답이 없다”
영종도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간 후에도 유가는 계속 올라갔다. 그렇지 않아도 생활하기가 막막했던 건설기계 노동자들에게는 말 그대로 ‘직격탄’인 셈이다. 이들의 처지를 이해하기 위해 1990년부터 경유값과 운반비의 인상추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90년도에 경유값은 리터당 182원이었고, 운반비(수도권 지역, 15톤 기준)는 17-20만원 선이었다. 2008년 6월 10일 현재 국내 주유소의 경유가격은 리터당 1912원. 90년도의 경유값보다 11배 이상 오른 셈이다. 그런데 운반비는 27-35만원으로 1990년도의 1.5배 수준, 놀랍게도 큰 차이가 없다.
작년과 비교해도 유가는 2배 가량 올랐지만 운반비는 전년도와 동일하다. 6개월 사이에 1300원 하던 유가가 1900원으로 올랐는데, 기름값과 씨름하는 덤프노동자들에게는 하루 5만원이라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죽어라고 일을 해도 도저히 답이 없다. 애들 학원 하나를 못 보내고 계속 빚만 지는데.. 쟤들은 주5일이다 뭐다 해도, 우리는 야간이고 다 해도 먹고 살 수가 없다. 27만원 어음 이거 받아야 45일, 60일, 90일 이렇게 결제가 떨어지는데 살 수가 있나. 자기들은 말일되면 따박따박 받잖아”
“그러니까 우리가 쉽게 하는 말이 있는 사람 안에서 법이지, 없는 사람은 법도 아니다. 아침에 별보고 나와서 별보고 들어가고. 애들 얼굴도 못보는데..” 영종지회장 한명규 씨의 말이다. 이날 아침의 음독 사건 때문인지 한 씨의 표정은 내내 무겁고 한마디 한마디가 날카롭다.
박상옥 씨가 옆에서 거든다. “그 나이에 왜 음독을 하겠나. 여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자식이나 마누라가 속을 썩이는 것도 아니고. 삶을 포기할 정도면. 나도 재미없어. 숨은 쉬지만” 음독을 한 송태식 씨는 박씨의 친구다. “건설회사도 힘든지 몰라도 우리는 견딜 수가 없는 거야. 이명박 밑에서.. 없는 사람이 아니라 CEO 위주로 하다보니. 이번에도 10조를 풀었다는데 우리한테 와닿는 게 있나. 돈을 풀어도 다 우리 빚이지.”
100만원 가운데 70만원은 어디로 갔나
유가 급등이 이번 파업의 계기가 되긴 했지만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삶은 수년전에도 별반 나을 게 없었다. 특히 건설기계 노동자들을 괴롭히는 것은 불법적으로 만연되어 있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불법적인 하도급만 해결해도 건설노동자들의 삶이 크게 개선될 거라는 의견도 있다. 건설 노동자 전체의 문제이기도 한 다단계 하도급은 덤프업계에서 가장 극심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현행법상 합법으로 인정되는 하도급 관계는 발주처와 시공업체(원청) 그리고 전문건설업체 및 건설기계장비대여업자까지이다. 그러나 전문건설업체가 터파기 공사를 중간업자에게 재하도급을 주고 중간업자는 운반업자에게 재하도급을, 다시 운반업자는 배차업자에게 재하도급을 주는 식이다. 배차업자와 배차업자간의 하도급도 다반사다. 예를 들어서 발주처-원청-하청-중간업자-운반업자-건기-배차업자-배차업자-덤프트럭 노동자로 7-8단계가 넘는 하도급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당연히 덤프트럭의 도급단가는 점점 내려간다. 운반단가는 건설표준품셈을 기준으로 산출되는데, 원청이 최저가 낙찰로 ‘후려치고’ 각 하도급 단계별로 단가를 ‘후려치면서’ 실제로는 30% 정도의 운반비가 덤프트럭 노동자들에게 들어가게 된다. 공공공사의 경우를 보면 품셈에 반영되는 운반단가는 100만원에 달하지만 실제 덤프 노동자들의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27-35만원 선이다.
만약 시공업체인 S건설업체가 발주처인 한국도로공사로부터 덤프 운송단가로 100만원을 받는다고 하면, S건설업체가 전문건설업체에 도급을 주면서 40만원을 챙기고 그 다음 중간업자가 또 얼마를 챙기고 하면서 결국 30만원 가량이 실제 덤프 운송단가로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셈이다. 물론 이는 기름값이나 최종 단계의 알선료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액수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누가 번다고, 운반단가의 70% 가까이가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새나가고 있는 셈이다.
“고통분담 하려면 다 같이 해야지”
이렇게 볼 때,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파업은 유가 때문만이 아니다. 오히려 건설노동자들은 유가환급이나 보조금을 요구하지 않는다. 금전적인 보상이 아니라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것이고, 유가 인상에 따른 모든 피해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생산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건설기계 부문의 차량은 총 30만대, 이 중에 덤프는 5만대 수준으로 파악된다. 덤프연대에 소속된 노동자는 18,000명. 그러나 16일부터 진행되는 덤프연대의 총파업에는 비조합원들이 대거 참여할 계획이다. 덤프연대보다 먼저 시작된 화물연대의 파업에도 조합원 규모의 2-3배에 이르는 비조합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부산항의 경우 파업 이틀째인 14일 화물연대 소속 차량은 960대이지만 운송거부에 참여한 비조합원 차량은 1730여대에 달했다. 덤프연대의 경우 정부의 유가대책에서도 완전히 제외된 점을 고려하면 비조합원의 참여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덤프연대는 2004년부터 해마다 조합원 숫자가 급증해, 창립당시 1,000여명에서 현재에는 1만 8천여명에 이른다. 덤프연대의 파업에는 매 해 비조합원들의 참여가 활발해 수도권의 경우 건설공사 현장의 80% 이상이 멈추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처럼 ‘위협’적인 세력이 되다보니 정부로서는 노동자들과의 협상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박상옥 씨는 도로위에 멈춰있는 정든 덤프트럭을 어루만지면서 말한다. “조합이 없을 때는 누구한테 말도 할 수 없었고. 말 하면 ‘넌 가’ 이랬지. 노동자는 단결해서 싸우는 수 밖에 없어. 고통분담, 고통분담 하는데 할려면 다 같이 해야지”
전문가들은 최근 유가 상승의 원인을 일시적인 수급불균형이 아닌, 석유자원의 유한성에서 찾고 있다. ‘시추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경질유의 경우 이미 생산정점을 지났다'는 것이다. 국제유가(서부텍사스산 중질유 기준)는 6월 12일 현재 136달러로 2차 오일쇼크 당시의 최고기록 104달러(물가상승분 반영)를 넘어서고 있다.
유가 상승은 석유에 의존하는 경제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만, 특히 서민들은 피부로 그 고통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서민들과 밀접한 경유 가격의 상승세는 더욱 가파르다. 경유를 사용하는 덤프나 화물 같은 건설·운수분야의 노동자들이 잇따라 파업에 들어간 이유는 말 그대로 ‘생존’권 때문이다.
지난 6월 11일 인천 영종도의 ‘하늘도시’를 찾아간 날, 이 곳에서 일하는 올해 60세의 덤프트럭 노동자 손 모씨가 이날 새벽 음독자살을 시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손씨는 다행히 복용한 약물이 많지 않고 가족들에게서 일찍 발견되어 얼마 후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
앞서 5월 29일에는 광명시에서 한 덤프트럭 노동자가 치솟는 유가와 생활고를 비관해 차량과 함께 분신을 시도했던 일이 있었다. 덤프트럭 노동자들의 자살기도는 수년동안 끊이지 않는 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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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옥 씨는 16년째 덤프트럭을 몰고 있는 베테랑. 일거리가 많았던 지난 3월 그가 올린 수입은 50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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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간 말
인천지역에서 노조 부지부장을 맡고 있는 박상옥 씨는 16년째 덤프트럭을 몰고 있는 베테랑이다. 일거리가 많았던 지난 3월 그가 올린 수입은 50만원, 2월달에는 단 30만원이었다. 계절실업과 일자리 부족으로 덤프노동자들은 한달 평균 열흘에서 15일 가량을 일한다. 처음 그의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280만원. 그러나 기름값 160만원(최근 유가폭등 전의 수치)과 중기알선료, 어음할인료, 수리 및 부품비, 보험료, 타이어와 엔진오일 등 소모품에 들어가는 비용을 모두 제외하고 나면 주머니에 남는 돈은 3-40만원에 불과하다.
박씨는 13년전 4천만원을 주고 트럭을 샀다.
“95년식 차량인데 이걸로 애들 교육은 다 시켰지. 집사람도 지들도 돕고해서 학교는 보냈어. 당시에는 하루에 13-4만원 벌었으니까 지금에 대면 천문학적 숫자야. 1만원이면 막걸리 실컷 먹던 때니까 ”
그는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라고 한다. 그럴 수도 있다. 요즈음 시세로 1억이 훌쩍 넘는 트럭을 사고 다달이 백만원 돈을 할부로 내야하는 노동자들은 까맣게 타들어가는 속을 달랠 길이 없다. 두달전엔 나이 마흔도 안 된 덤프운전사가 음독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할부금이 밀린 차량을 회사로부터 견인당한 직후였다.
“할부값을 못낼 정도면 집에서 한바탕 했을테고 차마저 끌고 가버리니 ‘이것도 저것도 끝이다’ 이러고 약먹고 죽었지. 지금 새 차 하는 사람들은 죽는 사람들이야.”
건설사가 기름값을 댔다?
‘운이 좋은’ 박씨의 차량은 그러나 영종도 영종지구의 도로 한켠에 스무일 가까이 멈춰있다. 그 앞뒤로도 수십대의 덤프 차량들이 줄줄이 주인을 잃고 늘어서 있다. 움직여봐야 ‘정말로’ 적자만 늘어나는 까닭에 노동자들은 차를 세우기로 했다.
하늘도시에서 덤프와 굴삭기 운행이 멈춘 것은 지난 5월 23일부터다. 이들의 요구는 노동자들이 더는 감당할 수 없는 유류비를 건설회사가 지급하라는 것이다.
재미있게도 6월 8일 발표된 유가대책에서 건설기계가 제외된 것과 관련해 정부는 ‘건설공사의 경우 건설업체가 직접 기름을 제공하기 때문에 유가환급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영종도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요구는 처음부터 건설사가 유류비를 지급하라는 거였다. 건설기계를 대표하는 덤프노동자들의 조직인 덤프연대 측도 “건설현장에서 기름을 제공받아 본 덤프 노동자는 단 한명도 없다”며 “과연 국토해양부 말대로 건설사가 직접 기름값을 댔다면 노동자들이 길바닥에 나앉아 투쟁을 벌이겠는가?”라고 반박했다.
영종도 하늘도시의 부지공사 현장에서 파업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은 덤프와 굴삭기 그리고 불도저 등 건설기계 노동자 200여명,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 전부다. 이곳은 토지개발공사가 발주한 관급공사 현장으로 ‘유류지급은 절대 안된다’는 방침을 내세워 왔다.
덤프, 레미콘, 굴삭기, 불도저 등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유가대책에서도 제외됐다. 뿐만아니라 정부대책은 화물연대 등 운수 노동자들에게도 환영을 받지 못했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내놓은 ‘종합대책’은 유가환급과 보조금 등 일시적인 금전 지원인데, 결국 세금을 통해 불만을 달래보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이 종합대책에 포함되어 있는 화물 노동자들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시장의 구조와 제도를 바꿔내지 않으면 노동자들의 생존권은 항상 위협받을 수 밖에 없다”며 정부안을 거부했다.
유가환급이나 보조금이 임시방편조차 되지 못하는 이유는 덤핑을 유도하는 시장구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이 건설, 운수부문에서 공급이 일자리를 훨씬 초과하는 상황에서는 유가보조금이 화주와 물류자본, 알선업자들의 손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오희택 건설노조 선전국장은 “보조금은 운반단가를 낮추는 덤핑을 유도하게 되어 결국 자본의 몫”이라며 “표준임대차 계약서 체결과 운반단가 현실화, 정유사들에 대한 가격규제 등 실효성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덤프트럭을 모는 박상옥 씨도 “알선하는 다단계들이 자기 사무실에서 많이 해야 하니까 30(만원)이면, ‘우리가 29(만원에) 하겠다’ 이런 식으로 된다”고 지적했다.
유가는 10배, 운임은 그대로..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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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도시에서 덤프와 굴삭기 운행을 멈춘 노동자들은, 건설회사가 유류비를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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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간 말
영종도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간 후에도 유가는 계속 올라갔다. 그렇지 않아도 생활하기가 막막했던 건설기계 노동자들에게는 말 그대로 ‘직격탄’인 셈이다. 이들의 처지를 이해하기 위해 1990년부터 경유값과 운반비의 인상추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90년도에 경유값은 리터당 182원이었고, 운반비(수도권 지역, 15톤 기준)는 17-20만원 선이었다. 2008년 6월 10일 현재 국내 주유소의 경유가격은 리터당 1912원. 90년도의 경유값보다 11배 이상 오른 셈이다. 그런데 운반비는 27-35만원으로 1990년도의 1.5배 수준, 놀랍게도 큰 차이가 없다.
작년과 비교해도 유가는 2배 가량 올랐지만 운반비는 전년도와 동일하다. 6개월 사이에 1300원 하던 유가가 1900원으로 올랐는데, 기름값과 씨름하는 덤프노동자들에게는 하루 5만원이라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죽어라고 일을 해도 도저히 답이 없다. 애들 학원 하나를 못 보내고 계속 빚만 지는데.. 쟤들은 주5일이다 뭐다 해도, 우리는 야간이고 다 해도 먹고 살 수가 없다. 27만원 어음 이거 받아야 45일, 60일, 90일 이렇게 결제가 떨어지는데 살 수가 있나. 자기들은 말일되면 따박따박 받잖아”
“그러니까 우리가 쉽게 하는 말이 있는 사람 안에서 법이지, 없는 사람은 법도 아니다. 아침에 별보고 나와서 별보고 들어가고. 애들 얼굴도 못보는데..” 영종지회장 한명규 씨의 말이다. 이날 아침의 음독 사건 때문인지 한 씨의 표정은 내내 무겁고 한마디 한마디가 날카롭다.
박상옥 씨가 옆에서 거든다. “그 나이에 왜 음독을 하겠나. 여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자식이나 마누라가 속을 썩이는 것도 아니고. 삶을 포기할 정도면. 나도 재미없어. 숨은 쉬지만” 음독을 한 송태식 씨는 박씨의 친구다. “건설회사도 힘든지 몰라도 우리는 견딜 수가 없는 거야. 이명박 밑에서.. 없는 사람이 아니라 CEO 위주로 하다보니. 이번에도 10조를 풀었다는데 우리한테 와닿는 게 있나. 돈을 풀어도 다 우리 빚이지.”
100만원 가운데 70만원은 어디로 갔나
유가 급등이 이번 파업의 계기가 되긴 했지만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삶은 수년전에도 별반 나을 게 없었다. 특히 건설기계 노동자들을 괴롭히는 것은 불법적으로 만연되어 있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불법적인 하도급만 해결해도 건설노동자들의 삶이 크게 개선될 거라는 의견도 있다. 건설 노동자 전체의 문제이기도 한 다단계 하도급은 덤프업계에서 가장 극심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현행법상 합법으로 인정되는 하도급 관계는 발주처와 시공업체(원청) 그리고 전문건설업체 및 건설기계장비대여업자까지이다. 그러나 전문건설업체가 터파기 공사를 중간업자에게 재하도급을 주고 중간업자는 운반업자에게 재하도급을, 다시 운반업자는 배차업자에게 재하도급을 주는 식이다. 배차업자와 배차업자간의 하도급도 다반사다. 예를 들어서 발주처-원청-하청-중간업자-운반업자-건기-배차업자-배차업자-덤프트럭 노동자로 7-8단계가 넘는 하도급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당연히 덤프트럭의 도급단가는 점점 내려간다. 운반단가는 건설표준품셈을 기준으로 산출되는데, 원청이 최저가 낙찰로 ‘후려치고’ 각 하도급 단계별로 단가를 ‘후려치면서’ 실제로는 30% 정도의 운반비가 덤프트럭 노동자들에게 들어가게 된다. 공공공사의 경우를 보면 품셈에 반영되는 운반단가는 100만원에 달하지만 실제 덤프 노동자들의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27-35만원 선이다.
만약 시공업체인 S건설업체가 발주처인 한국도로공사로부터 덤프 운송단가로 100만원을 받는다고 하면, S건설업체가 전문건설업체에 도급을 주면서 40만원을 챙기고 그 다음 중간업자가 또 얼마를 챙기고 하면서 결국 30만원 가량이 실제 덤프 운송단가로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셈이다. 물론 이는 기름값이나 최종 단계의 알선료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액수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누가 번다고, 운반단가의 70% 가까이가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새나가고 있는 셈이다.
“고통분담 하려면 다 같이 해야지”
이렇게 볼 때,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파업은 유가 때문만이 아니다. 오히려 건설노동자들은 유가환급이나 보조금을 요구하지 않는다. 금전적인 보상이 아니라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것이고, 유가 인상에 따른 모든 피해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생산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건설기계 부문의 차량은 총 30만대, 이 중에 덤프는 5만대 수준으로 파악된다. 덤프연대에 소속된 노동자는 18,000명. 그러나 16일부터 진행되는 덤프연대의 총파업에는 비조합원들이 대거 참여할 계획이다. 덤프연대보다 먼저 시작된 화물연대의 파업에도 조합원 규모의 2-3배에 이르는 비조합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부산항의 경우 파업 이틀째인 14일 화물연대 소속 차량은 960대이지만 운송거부에 참여한 비조합원 차량은 1730여대에 달했다. 덤프연대의 경우 정부의 유가대책에서도 완전히 제외된 점을 고려하면 비조합원의 참여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덤프연대는 2004년부터 해마다 조합원 숫자가 급증해, 창립당시 1,000여명에서 현재에는 1만 8천여명에 이른다. 덤프연대의 파업에는 매 해 비조합원들의 참여가 활발해 수도권의 경우 건설공사 현장의 80% 이상이 멈추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처럼 ‘위협’적인 세력이 되다보니 정부로서는 노동자들과의 협상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박상옥 씨는 도로위에 멈춰있는 정든 덤프트럭을 어루만지면서 말한다. “조합이 없을 때는 누구한테 말도 할 수 없었고. 말 하면 ‘넌 가’ 이랬지. 노동자는 단결해서 싸우는 수 밖에 없어. 고통분담, 고통분담 하는데 할려면 다 같이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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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2008-07-01 19:40:10
- 최종편집: 2008-07-01 20: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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