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문제로 다시 촛불을 붙이자"

[인터뷰]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정세균 대표 만나겠다"

허환주 기자
kakiru11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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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민주노총 2층 위원장 집무실에서 이석행 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전날 공공부문 조합원들과의 이야기가 길어져 집무실에서 잠을 잤다고 했다.
ⓒ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곱슬한 머리, 얼핏 보아도 탄탄해 보이는 팔뚝, 손가락은 굵고 짧아 영락없는 노동자의 손이다. 자그마한 체구에도 강단있어 보이는 이유다.

실제 자신이 목표로 삼은 부분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고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주위의 평가다. 1년 반에 가깝도록 민주노총을 이끌고 있는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가 요즘 무척이나 바쁘다. 26일 총파업 선언 이후 7월 총력 투쟁의 밑그림을 그리느라 분주히 여러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미국산 쇠고기 저지를 위해 총파업을 선언하고 2일 총파업과 7월 총력 투쟁을 예고한 바 있다.

잠잘 시간도 모자라 집에는 거의 들어가지도 못한단다. 위원장 집무실이 그의 잠자리다. 총파업 선언 이후 경찰이 보낸 소환장으로 인해 자유로이 이동하는 것이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그는 혹시나 하는 대비책으로 주로 택시를 타고 이동한다고 한다.

7일 민주노총 위원장실에서 진행된 인터뷰도 당초 예정된 오전 10시보다 30분 늦게 시작됐다. 아침부터 진행된 사무총국 회의가 늦어졌을 뿐만 아니라 급히 처리해야 할 집무들이 쌓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6일도 공공부문 조합원들과 총파업에 관련해서 늦도록 이야기를 나누고 논의하느라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는 웃으며 "이곳이 내 잠자리"라며 손가락을 가리켰다. 그의 손 끝에는 1인용 소형 매트릭스가 집무실 구석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기자의 질문을 말미까지 꼼꼼히 들은 뒤, 중요한 단어는 종이에 필기한 뒤 특유의 힘 있는 목소리로 설명해나갔다. 질문이 끼어들 틈은 거의 없었다. 한 가지 질문을 던지면 3,4가지의 답이 돌아왔다. 총파업에 대한 민주노총 내의 여러 의견과 외부의 시선 등에 대해 숱한 고민과 생각을 거친 듯 보였다.

민주노총
ⓒ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1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석행 위원장은 연신 자신은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자화자찬(?)'했다. 민주노총 역대 총파업 중 이토록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총파업을 한 위원장은 없었다는 것. 실제 총파업 선언 직후 민주노총 홈페이지에는 수백 건의 지지글들이 올라왔다. MBC리서치 조사에서도 60%에 가까운 국민들이 총파업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원이 이기주의? 간부들이 자기중심적 생각을 하고 있다

그는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국민들에게 민주노총이 희망으로 다가가야 하게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고 했다.

“여러 말이 나오겠지만, 민주노총이 정치적 총파업을 선언했던 것은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 나도 총파업을 남발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이번은 절실했다고 생각했다. 국민의 건강권 문제가 대두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응답하지 못한다면 이후 (우리가 우리 문제로 총파업을 할 때)국민들은 우리를 어떻게 보겠는가. 그런 점에서 절박했다.”

하지만 2일로 예고된 총파업은 금속노조, 그것도 현대차지부와 기아차지부만이 참여한 반쪽 총파업이었다. 이석행 위원장도 그 부분을 못내 아쉬워했다. 그는 당시를 회고하며 "사실 속이 무척이나 탔다"며 위력적인 총파업은 하지 못했음을 토로했다.

“당시 파업 전날 총파업 준비를 못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을 만나고, 쌍용차 노조, 대우차 노조 만나면서 밤새 설득했다. 건설노조, 화물연대도 다니면서 설득했지만 아직까지 정치파업에 대한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았다.”

이 위원장의 말에 기자가 맞장구를 치며 “조합원들이 솔직히 이기주의에 빠져 있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조합원이 아니라 간부들이 문제라는 것. 그의 말을 조금 더 들어보자.

“조합원들이 아니다. 조합 간부들이 결단을 끌고 나가면 조합원들은 나간다. 하지만 사실 간부들이 준비가 안된 것이다. 치고 나가면 된다. 안될 것 같은 현대차지부 봐라. 된다. 간부들이 문제다. 간부들이 자기중심에 빠져 있다. 다른 곳에 위기가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2일 총파업으로 본래 목적했던 촛불에 복무한다는 계획은 잘 이행됐단다. 원래 생산 타격을 위한 총파업이 아닌 촛불에 기여하기 위한 총파업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자신을 버리고 촛불 속으로 들어가야...야당 공조위해 정세균 의장 만나겠다

화제를 바꿔보았다. 정치 총파업에 대한 민주노총 내부의 여러 의견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실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저지를 위한 민주노총 총파업을 두고 일각에서는 노동자 계급에 복무해야 할 민주노총이 '노동법, 비정규직법, 산재' 등에 대한 이슈로 총파업을 하는 게 아니라 시류에 편승해서 계급성을 잃어버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7월 1일은 비정규직법 시행 1년이었지만 촛불에 집중하느라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상당하다. 계급성 문제와도 상관이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 부분에 대해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좀 길지만 그의 말을 들어보자.

“촛불을 민주노총이 주도해서 계급성을 담보해야 한다? 특정 정파가 촛불정국을 주도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버리고 촛불 속으로 들어가 태우는 것이 촛불의 정신이다. 계급성을 상실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 난 반대의 입장이다. 물, 전기, 가스, 의료 민영화에 대해서 대통령이 안하겠다고 했다. 이걸 촛불이 만들어냈다. 이게 어떻게 계급적이지 않는가. 이들 부분에 대해서 특위를 만들어 내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언론 특위만은 안 만들겠다고 해서 문제다.”

민주노총
ⓒ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그의 말은 잠시 더 이어졌다.

“작년 민주노총은 이랜드 문제에 올인했다. 이 투쟁이 승리적 관점으로 이뤄냈으면 비정규직들에게 희망이 되었을 텐데 그렇게 되지 못했다. 지금 비정규직 문제를 가지고 또 싸운다면 얼마나 움직일 수 있을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6월 14일 열린 비정규직 결의대회는 1만5천명이 예상됐지만 5천명이 왔다. 이게 우리의 힘이다. 힘이 이것 밖에 안된다. 이 국면 속에서 민주노총이 사회정의실현을 위해 비정규직 문제를 들고 나온다면 (국민들은)어떻게 바라보겠는가.”

덧붙여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동안 많은 조합원들이 촛불로 고생했다. 이제 다시 돌아가서 우리 비정규직 문제를 다루자. 그것으로 다시 촛불을 붙이자. 이렇게 가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은 힘의 논리다. 말과 정신력의 문제가 아니라 실천의 문제다.”

이 위원장의 말을 듣고 있노라니 문득 촛불 정국이 끝난 뒤엔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일정이 촛불에 맞춰 흘러가니 자연스럽게 생기는 의문이었다. 촛불이 끝난 뒤에는 대대적인 공안 정국이 발생할 것이란 분석이 파다하다.

그는 "그래서 이번 주는 종교계와 재야 어른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도 촛불이 사그라지면 정권의 칼날은 민주노총을 향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는 "집요한 탄압이 있을 것"이라며 "그래서 어른들도 뜻을 모으고, 정당도 크게 모을 수 있는 힘을 가지길 하는 바람에 어른들 말씀을 듣고자 분주히 돌아다닐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석행 위원장이 막내 아들 이야기를 하며 웃음을 보이고 있다.
ⓒ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하반기에 예고된 노동법 개정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이것이 국회 문제이기 때문에 야당을 설득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입장이었다. 이 위원장은 "야당 중심으로 폭을 넓혀 나가겠다"며 우선 정세균 민주당 대표를 만나겠다고 밝혔다. 또한 장외 투쟁은 투쟁대로 공투단 회의를 통해 준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조합원들, 어떻게 세상을 바꿀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얼마 전 고등학교를 다니는 큰 아들에게 전화가 왔단다. 경찰이 집에 찾아왔는데 아들은 "아빠가 잡혀가도 우린 괘념치 않을 테니 걱정 말아요. 힘내세요."라고 씩씩한 목소리로 자신을 독려했단다.

그는 아이들이 힘을 많이 준단다. 특히 막내아들은 아직도 일기장에 이명박 대통령 욕을 쓴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인터뷰 내내 진지한 얼굴을 보여준 그가 처음 웃음을 터뜨린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내 이 위원장의 시선은 민주노총 조합원을 향했다.

“조합원들이 가려워하는 곳을 제대로 진단도 못한 상태에서,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촛불로 나가라고 다그친 건 아닌지... 그래도 촛불 집회에 나와 주고 나에게 '고생하십니다'며 먼저 말도 건네준다.”

그는 민주노총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조합원들이 마음을 먹어야 한단다. 그는 "우리 노동계급만의 문제를 바라보지 말고 전체 지형에서 무엇을 복무하고 무엇을 기여할 것인지, 어떻게 세상을 바꿔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들을 해 달라"며 조합원들에게 부탁의 말을 전했다.

총파업을 준비한 이석행 위원장의 속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1시간여의 인터뷰를 끝마친 뒤, 밀려있는 일정으로 분주히 자리를 이동했다. 오후에는 투본회의가 예정돼 있고, 이후에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한 약속이 빽빽하게 예약돼 있었다. 이 모든 일정의 목표는 “총파업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것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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