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에 몰린 이명박 정부 외교정책

미국에게는 저자세, 일본에게는 뒤통수, 중국에게는 왕따

이재진 기자 / besties@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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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외교정책을 두고 ‘뒤통수 외교’, ‘사면초가 외교’라는 비난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후 야심차게 ‘창조적 실용외교 정책’을 천명하며 미-일-중과 정상회담을 개최했지만 출범 5개월 후 돌아온 건 ‘실용’도 못 건진 '구호'뿐인 외교정책이라는 비아냥거림뿐이다.

쇠고기 파동과 독도영유권 문제 등 잇따른 악재가 정부의 원칙없는 실용정책에서 비롯됐다는 외교 전문통들의 대체적인 분석도 이명박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다’고 외치는 외교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 외교 라인에 대한 전면적인 쇄신뿐 아니라 전체적인 외교 방향 기조까지 대대적으로 수정해야한다는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미국-국익도 동맹도 연기속으로

지난 3월 11일 이명박 대통령은 외교부 업무보고를 받던 자리에서 “친미도 친중도 없다. 국익에 위배되면 동맹도 없다”고 호탕하게 말했다. 철저히 실용에 바탕에 둔 정책을 외교에도 적용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4월 미국과의 ‘캠프데이비드 정상회담’에서부터 허울 좋은 실용외교가 ‘힘’앞에서 맥없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국익이 없다면 동맹도 없다던 이명박 정부의 외교 기조는 민주당의 표현대로 하면 캠프데이비드의 하루숙박료 치고는 너무나 큰 국익을 내줘버렸고, 그토록 바라던 동맹도 미국의 냉랭한 태도에 자존심까지 버리는 일까지 발생했다.

쇠고기 재협상 요구는 정권 퇴진 요구로까지 확대되며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고, 이에 미국도 방한 일정을 일방적으로 2번이나 연기해버렸다. 외교적 결례라는 비판을 차치하고라도 미국의 이 같은 태도를 ‘오해일 뿐’이라고 얼버무린 청와대를 향해 보수언론과 보수인사들까지 ‘저자세 외교’라고 비판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8월로 예정된 부시 미 대통령의 방한도 퇴임 전 의례적 행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고, 이명박 대통령이 쇠고기 협상을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던 한미FTA 체결 비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생색을 냈던 미국 비자면제 제도 역시 당장 연내에 실행하기 어려운 단계라고 전해진다.

이명박 정부는 또한 쇠고기 재협상 요구가 외견상으로 국민 건강권에 대한 전국민적 우려로만 파악하고 근본은 잘못된 외교정책으로 훼손된 국민적 자존심에 있다는 비판을 귀 기울이지 않았다.

참여정부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난 민주당 송민순 의원은 “노무현 정부시절의 한-미관계가 찰과상이라면 현 정부 아래 한-미관계는 골병, 남북관계는 골절상”이라고 표현했다. 참여정부 당시 미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웠던 것은 사실이지만 최소한 질질 끌려가지는 않았다는 자존심의 표현이기도 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수진영 내에서도 이명박 정부의 외교정책은 무조건 참여정부의 외교정책을 부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수정을 주문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무현 정부가 한 것은 무조건 안한다(ABR, Anything But Roh)’는 옹졸한 발상이 외교 관계를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은 이에 대해 “명분뿐인 실용을 앞세워 한국의 국익을 무방비로 내준다는 인식이 팽배할 때 국민은 등을 돌린다”면서 “21세기 한미 전략동맹에 대한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무작정 미국이 하자는 대로 따라하는 것이 전략동맹은 아니라는 점을 국민에게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진단했다.

중앙일보 배명복 논설위원은 이에 대해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며 이명박 대통령에게 한미 관계를 재정립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는 북핵 문제에서 국제문제까지 한미 공조를 주문처럼 외우고 있다. 한미 동맹이 한국 외교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그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마법의 열쇠는 아니다”고 말했다.

일본-뒤통수 제대로 맞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4월 방일 자리에서 “양국 관계를 성숙한 동반자 관계로 확대하고, 한일 신시대를 개척해 나가자”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은 성숙한 동반자 관계로 나가자는 우리의 요구를 독도 영유권 주장을 새 교과서 지침에 표기하는 능숙한(?) 모습으로 되갚아줬다. 뒤통수를 제대로 얻어맞은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 후 기자간담회에서 “과거에 얽매여 미래로 나아가는데 지장을 받으면 안된다”고 했지만 과거사 문제로 한 치도 ‘미래’를 내다볼 수 없게 됐다. 대응책으로 ‘단호하고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뾰족한 수는 없이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한국은 정권초기 대일관계를 지나치게 낙관하는 측면이 있었다”고 전했다.

독도와 같은 주권 사항에 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처음부터 견지하면서 ‘이것만은 안된다’는 마지노선을 제시해야함에도 관계회복에만 성급할 필요는 없었다는 지적이다.

이 문제는 향후 대응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외교 역량을 시험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국민 정서상 폭발력 있는 사안이라는 점, 영토문제로 외교 분쟁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신중한 대처를 주문하고 있지만 지나치게 신중한 모습은 되레 국민 여론이 악화되고 전략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강경대응 카드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하지만 “만약 한국이 전면적인 대응을 하여 해결되는 문제라면 독도문제는 벌써 해결되었을 것”이라면서 “독도영유권 문제가 한일 간에 쟁점이 되면 될수록 일본 우파들의 영향력은 더욱더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 여론에 떠밀려 일일이 대응하다보면 독도가 국제적인 분쟁지역화되는 상황을 막을 수 없다는 설명으로 정부의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운한 중국, 어떻게 달랠까?

이명박 정부는 지난 5월 중국과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천명했지만 정상회담 중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으로부터 “한미 동맹은 지나간 역사의 산물”이라며 “냉전시대의 소위 군사동맹으로 역내에 닥친 안보문제를 생각하고 다루고 처리할 수 없다”고 쓴소리를 들었다.

단순한 쓴소리로 받아들이면 좋겠지만 외교통들은 “이명박 정부가 그동안 한미 동맹 강화 및 복원을 최우선으로 강조하는 것이나 한미일 3각 협력체제 재구성 정책을 구성한 것에 대해 중국이 불편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지적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부의 한미 동맹 복원을 최우선으로 하는 외교정책과 대북정책의 변화, 일본과의 관계 개선 등을 통한 한미일 삼각동맹 강화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인 셈이다.

전성흥 서강대학교 교수는 “중국을 견제하는데 (삼각동맹이)이용되거나 향후 양안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종의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협력 기제로 발전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박사 역시 이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한미 동맹을 강화한다는 것이 한미 동맹 일변도로 나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는 사실을 경시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새 정부가 북핵문제 해결을 대북 정책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고 있고 경제적 국익 증진을 진행하는 실용주의 외교를 천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한중 교역량이 한미와 한일 교역량의 합을 초과하였고 그 추세는 더욱 벌어지고 있을 정도로 중국은 한국의 경제에 중요한 국가”라고 경고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쪽으로 눕자니 저쪽이 걸리고 저쪽으로 눕자니 이쪽이 걸린다"며 균형 있는 4강 외교의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그러나 애초부터 이런 지적이 충분히 제기됐는데도 불구하고 중국을 경제적 관계로만 파악하고 그것도 한미동맹의 차순위로 밀려나면서 중국과의 불편한 관계를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조성렬 국가전략연구소 신안보연구실장은 이명박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중국, 러시아, 북한은 없었다. 미국과 일본만 있었다. 중국은 경제관계속에서 이익을 얻는 존재이고 러시아는 자원이익만 얻는 존재로 설정됐으면 북은 지난 10년간 정책을 재조정해야하는 대상으로만 설정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과의 관계회복은 처음으로 돌아가 어떻게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구현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하지만 향후 중국과의 관계 회복을 위한 환경도 썩 좋은 편이 아니다.

전성흥 교수는 “한국이 중국에 대해 전략적 관계 하에서의 협력을 요구할 것이 무엇인지는 불분명한 반면, 중국이 한국에 대해 요구할 사항은 매우 분명할 뿐 아니라 한국으로서 곤혹스러운 것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설명한다.

이어 그는 “한국은 미국과 한반도의 범위를 넘어선 전략동맹을 구축함으로써 향후 미사일방어체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방위비 부담, 해외 파병 등 미국의 압력과 요구가 거세질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놓고 있는데, 중국과도 전략적 관계하에 있는 한국이 두 강대국 사이에서 취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은 그다지 넓지 않다”고 말했다.

사면초가에 몰린 이명박 정부에 대해 전문가들은 방법론으로 외교안보라인을 구심점있게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재정비 방법으로는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 기능을 강화해 법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있었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를 없애고 대신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었지만 대응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북정책에 대한 획기적인 변화도 꼬인 정국을 풀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비핵개방 3000’은 북한에 앞서 정부가 움직일 수 있는 여지를 크게 줄이면서 스스로 대북정책에서 스스로 발목을 잡아버렸다는 지적이 많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은 “실용을 추구하더라도 한국의 국가전략에 대한 명확한 철학이 바탕에 깔리지 않으면 방향감각을 상실하기 일쑤다. 이럴 때일수록 한국이 처한 지정, 지경학적 위상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반영한 현명한 대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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